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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시장직 제안받은 與 홍의락 ”도망길 없어 골이…“

중앙일보

입력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권영진 시장의 느닷없는 제의에 골이 빠개집니다. 수락 쪽으로 생각해보면 가시밭길입니다. 칼날 위에 선 기분입니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부터 경제부시장직을 제안받은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그는 "(경제부시장직을 맡을 경우) 흔드는 나무에서 떨어져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회복 불능일 수도 있다"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그래서 거절할 명분을 찾고 있다"고 적었다. 집권 여당에 속한 정치인으로서 야당 소속 시장의 갑작스러운 영입 제안이 적잖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홍 전 의원은 그러나 제안을 수락할 여지도 남겼다. 그는 "대구의 처지를 생각하면 도망갈 길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거절할 명분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2~3일 혼신의 힘을 다해 찾고, 그래도 명분 찾기를 실패하면 운명이라 생각하고 권 시장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의 상상력이 놀랍다"는 말도 덧붙여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대구 지역 정가에선 "홍 전 의원이 상당한 여지를 남긴 만큼 부시장직을 수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홍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의 상황이 워낙 엄중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 외의 여러 가지 질문에는 "다음에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미 홍 전 의원은 장고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예산 협치'가 '연정'으로?

5월 24일 대구시청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구시

5월 24일 대구시청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구시

권 시장의 제안을 홍 전 의원이 수락하면 남경필 전 지사의 '경기도 연정(聯政·연립정부)'에 이어 전직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두 번째 광역단체 협치 사례가 된다. 앞서 남 전 지사는 2016년 당시 새정치국민연합 소속이던 이기우 전 의원을 사회통합부지사로 영입했다. 이기우 전 부지사에 이어 2018년부터 경기도 연정 부지사를 지낸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경기 안양 만안에서 당선돼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사실 홍 전 의원과 권 시장은 서로 정당은 다르지만 돈독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권 시장이 임기 2년 차였던 2015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예결위원들이 대구시 예산을 삭감하려 하자 홍 전 의원이 앞장서 대구시와 안민석 당시 예결위 간사(새정치민주연합)의 면담 자리를 주선했다.

또 이듬해 홍 전 의원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체제에서 20대 총선을 앞두고 '컷오프'를 당한 뒤 탈당했던 2016년 2월에는 탈당 기자회견 직후 권 시장이 홍 전 의원을 만나 버스 노선 조정과 화물차 공영주차장 신설 같은 지역 현안 요청을 청취한 일이 있다. 결국 홍 전 의원은 20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새누리당 소속 후보를 1만4000여 표 차이로 크게 이기고 당선돼 민주당에 복당했다.

두 사람의 오래된 협력 관계가 '부시장직 제안'으로 이어진 것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 지역 상황과 무관치 않다. 18일 0시까지 689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는 경제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시가 올해 지방세 수입만 1527억~2272억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재건을 위해 국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권 시장이 홍 전 의원에게 경제부시장직을 제안한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영입 제안보다는 일종의 '대구 연정' 시도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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