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58명 만나는 김종인…"고용보험·공교육 강화책 꺼낼 것"

중앙일보

입력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서울지역 초선 의원들과의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서울지역 초선 의원들과의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초선 의원 공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10일 서울·경기·충청 지역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다. 다음 주까지 권역별로 모든 초선 의원(58명)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앞 한정식 집에서 오찬을 하면서 “당 쇄신을 차근차근히 해나갈 테니 초선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쇄신에 힘을 모아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지리에는 김은혜·태영호·윤희숙·유경준·지성호·엄태영·배준영·정찬민·최춘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 바로 옆자리에는 배현진 의원이 앉았다. 모두 이번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허은아 의원이 주최한 공부 모임에도 참석해 약 1시간 40분가량 초선 의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초선이라고 겁먹지 마라” “능력을 갖추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 초선 의원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김 위원장이 열의를 보였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파괴적 혁신을 예고한 김 위원장이 변화에 유연한 초선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김 위원장이 초선 의원들을 당 쇄신의 든든한 아군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 의원 103명 중 초선 의원은 58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최근 친이명박·친박근혜 등 당의 전통적 계파색이 옅어진 당내에선 “통합당 최대 실세는 영남이 아닌 초선”이라는 뼈있는 농담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초선모임에서 강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 위원장, 허은아 의원, 전주혜 의원.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초선모임에서 강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 위원장, 허은아 의원, 전주혜 의원. 연합뉴스

당의 한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당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내 기반 세력이 필요하다”며 “생각이 참신한 초선 그룹부터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에 대한 공격성 주장은 주로 중진을 중심으로 나오는 중이다. 이를 주도하는 장제원(3선) 의원은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어느 이방인의 조롱섞인 짜증”이라는 글을 올렸다. 원희룡 제주지사은 지난 9일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이날 “제대로 공부를 하고서 얘기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원 지사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정책 좌클릭’에 이어 ‘안보 우클릭’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자칫 흔들릴지 모를 당내 지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은 6·25 전쟁, 대북전단 금지법, 남북연락망 폐쇄 등 북한·안보 이슈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냈다. 익명을 원한 김 위원장 측 인사는 “김종인 위원장이 기본소득에 이어 고용보험 적용 대상 확대와 공교육 강화를 곧 들고 나올 것”이라며 “반면 대북 문제 만큼은 강하게 현정부와 각을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진들 만나 “정권 창출 염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에는 당 중진 의원들도 만났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다음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지 많은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회 경험이 많은 중진들이 많은 의견을 달라”고 협력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진(4선) 의원은 “전략적으로 보수라는 말을 안 쓰더라도 근본적 보수 철학은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불만도 나왔다. 홍문표(4선) 의원은 “비대위 구상은 뭔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며 “확실한 당 좌표가 설정되면 부족해도 ‘가자’는 합창이 나올 수 있는데, 현재로선 염려와 우려가 있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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