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긴급생계자금, 공무원 포함 3800명이 25억 부당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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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 중 일부를 공무원 등이 부당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지원 서두르다 자격 확인 소홀 #가족이 대신 신청 많아…환수조치

대구시는 8일 “긴급생계자금 수령 대상이 아닌 공무원과 공사 직원, 중앙부처 직원, 교직원 등 3800여명이 25억원 정도를 부당하게 받아가 환수 작업중이다”고 밝혔다.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은 지난 4월 초 신청을 받아, 같은 달 10~11일 사이 지급했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100% 이하 44만여 가구. 가구원 수에 따라 50~ 90만원을 지원했다. 안정적 수익이 있는 공무원과 교직원, 공사 직원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다른 방식의 지원을 받는 가구도 뺐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진짜 가구를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긴급생계자금은 대구시가 각종 예산을 아껴 시 자체 세금으로 마련한 돈이다.

그런데 수령 대상이 아닌 공무원 등이 긴급생계자금 대상자라며 자금을 신청해 받아갔다. 세금으로 만든 긴급생계자금을 정교한 확인 작업도 없이 내준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4월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할 당시엔 최대한 빠르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신청 가구의 중위소득 여부를 살펴보고 돈을 지급했다. 그러다 공무원연금공단 명부를 사후 검증과정에서 공무원 등의 수령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은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신청 방식이 다르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다. 반면 긴급생계자금은 세대원 신청이 가능하다. 공무원 가족 중 누구라도 지원금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긴급생계자금을 받아간 일부 공무원 등은 이런 점을 앞세워 해명했다고 한다. 상당 수 공무원 등은 대구시에 자금을 돌려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 중 누군가가) 신청한 것 같다”고 했다.

시민단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긴급생계자금의 혼란과 혼선을 야기하며 행정불통과 불신을 심화시킨 대구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돈을 환수하려면 또 행정낭비는 불을 보듯 뻔한데, 부정수급한 이들에 대한 경위파악과 징계는 없다고 선을 긋는 모양새다. 행정낭비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탁상행정, 과오를 덮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25억원 중 60% 정도의 긴급생계자금을 우선 환수한 상태라고 했다. 나머지도 곧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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