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달라졌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에 등교연기 청원 14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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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를 앞둔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에어컨 가동 점검 및 교실 환기를 하고 있다. 뉴스1

고등학교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 등교를 앞둔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에어컨 가동 점검 및 교실 환기를 하고 있다. 뉴스1

중3 딸을 키우는 이모(49‧서울 양천구)씨는 10일 아이의 등교개학을 열흘 앞두고 불안감이 커졌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등교 일정에 맞춰 아이를 학교에 보내려던 이씨는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학교가 정상운영 되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내기는 눈치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등교를 미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단감염 발생에 교육계도 비상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등교를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0일 오전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4명이 늘었다. 지난 4월 12일 신규 확진자 32명이 발생한 이후 28일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폐쇄된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한 클럽 입구에 지난 9일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폐쇄된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한 클럽 입구에 지난 9일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13일 고3 우선 등교를 시작으로 20일부터 순차 등교가 시작되기 앞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학부모·교사도 비상이 걸렸다. 등교를 연기해야 한다는 학부모 요구가 거세지면서 교육·방역 당국도 등교 일정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초1 딸을 키우는 박모(40‧서울 영등포구)씨는 “이태원 클럽으로 감염이 확산하면서 등교를 결정했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지 않느냐”며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는 만큼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도 “무리하게 등교개학을 했다가 학교 내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며 “입시와 연관이 없는 학년은 당분간 온라인수업을 진행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가 주춤하면서 정부가 단계적인 등교 개학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가 주춤하면서 정부가 단계적인 등교 개학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책상 간격을 벌리고 있다. 뉴스1

"등교 미뤄야" 국민청원·커뮤니티 봇물

학부모 커뮤니티에도 등교개학 연기 관련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초3‧초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학기에 등교해도 충분할 것 같다. 초등 저학년 등교개학은 정말 아닌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학부모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 아니냐. 가정보육 하는 아이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교 연기를 요구하는 청원이 쏟아졌다. ‘등교개학을 미뤄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14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해당 글은 교육부가 등교개학을 발표한 지난 4일에는 참여자가 4만명 정도였지만, 일주일도 안 돼 10만명이 늘었다.

이 밖에도 등교 반대 청원 글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직후인 9일에도 ‘이유 있는 등교개학 반대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초등학생 두 명을 홀로 키우고 있는 아빠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현시점에서 등교개학을 결사반대”라고 주장했고, 10일 현재 이글에는 35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전문가 "등교 연기" 권고, 방역당국 "논의 중" 

감염병 대응 전문가들도 등교개학 연기를 권고하고 나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SNS에 “지역사회 전파 범위를 평가해봐야 하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일단 개학을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충분히 조사하고 분석해 안전하다고 판단한 후 개학을 다시 결정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아직 등교 연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등교 시기 조정 여부를 정부 내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의해서 위험도에 대한 부분을 논의하고 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아직 등교개학 재검토 여부를 밝힐 때는 아니다. 방역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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