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4월 해외 판매 70% 줄었다…"최악서 선방한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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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차량. 연합뉴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차량. 연합뉴스

지난달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가 반 토막 났다는 게 수치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의 4월 판매 대수는 29만3295대로 지난해 4월(59만6896대)의 절반이었다. 내수 판매에선 양사 모두 선방했지만, 잇따른 해외공장 가동 중단과 수출 물량 감소로 해외 판매가 급감했다.

현대차4월판매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차4월판매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차는 지난달 15만9079대를 판매해 지난해 4월보다 56.9% 감소했다고 6일 밝혔다. 국내 판매는 7만104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했으며, 해외에선 8만8037대를 기록해 70.4% 감소했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국내 시장에서 5만361대, 해외 판매 8만3855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4만2000대)보다 19.9% 증가했다. 반면 해외는 54.9% 감소했다.

올해(1~4월) 누적 판매 대수는 현대차가 106만250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 감소했으며, 기아차는 78만2901대로 10.8% 줄었다.
해외시장 판매 급감은 이미 예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과 해외 공장의 가동 중단이 원인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생산 차질과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판매가 감소했다"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판매 정상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내수 판매에서 20%가량 성장했다. 지난 3월 선보인 쏘렌토를 포함해 K5·셀토스 등이 효자였다. 특히 셀토스는 국내서 5597대, 해외에서 1만6655대가 팔려 안팎에서 선방했다. 또 스포티지는 해외에서만 1만6649대가 팔려 해외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다.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쏘렌토· K5 등 신차를 앞세워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대·기아차의 4월 실적에 대해 "최악의 상황에서 선방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며 "마진이 좋은 내수 시장 호조로 코로나19로 셧다운 한 해외 판매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2분기를 최악의 상황으로 볼 때 애초 목표였던 BEP(손익분기점)를 맞추거나 그 이상의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대다수 글로벌 자동차업체는 2분기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기아차4월판매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아차4월판매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기아차의 선방은 코로나19에도 버텨준 국내 공장 덕분이다. 또 해외 공장도 다른 글로벌 업체보다 셧다운(일시 정지) 기간이 짧았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현대·기아차의 공장 가동률은 64.7%로 글로벌 주요 자동차 메이커 평균(29%)보다 두배가량 높았다.

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법인은 이달 들어 속속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차 앨라배마(미국)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미국)는 지난 4일부터 재개했으며, 인도는 이번 주 재개할 예정이다. 이번 주 이후에도 휴업 중인 공장은 현대차 브라질(26일까지)과 기아차 멕시코(재개 시점 미정)이다.

그러나 유럽·미국 등 주요 시장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에서 낙관하긴 어렵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악의 상황에서 선방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대·기아차의 특성상 4월이 최저점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코로나19 여파를 먼저 겪은 중국 시장도 현재 V자 반등이 아니라 U자 형태 회복을 보이고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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