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활동 재개 땐 하루 확진 20만명” 비밀보고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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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신속한 경제 재개를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복병이 나타났다.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건부·연방재난관리청(FEMA)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하루 신규 감염자가 현재 2만5000명에서 6월 1일 20만 명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와는 별도로 워싱턴주립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미국 전체 사망자 예측치를 13만4475명으로 기존의 두 배로 올렸다.

NYT, 보건부·재난청 보고서 공개 #“사망 하루 1300명서 3000명으로” #경기 회복 급한 트럼프에겐 복병 #백악관 “검증된 보고서 아니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공개한 보건부·FEMA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 내부 보고서는 미국의 하루 신규 감염자는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되는 5월 급격히 증가해 6월 1일엔 2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5월 들어 발생한 하루 신규 확진자 2만5000명 수준에 비해 8배나 많다.

보고서는 하루 1300명 안팎인 코로나19 사망자도 6월 1일엔 3000명대로 늘 것으로 예측했다. 프레젠테이션용으로 작성된 내부 보고서는 각 페이지 아래 붉은 글씨로 ‘대외비(FOUO)’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은 즉각 검증된 공식 보고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는 백악관 문건이 아닐 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에 제출된 적도 없고, 부처 간 검증을 거친 것도 아니다”며 “대통령의 단계적인 경제 재개 지침은 연방정부 최고의 보건·전염병 전문가들이 동의한 과학적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IHME는 이날 미국의 총 사망자 예측치를 지난달 중순 6만415명에서 100% 이상 많은 13만4475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IHME 예측 모델은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소개했던 모델이다.

연구소는 예측치를 상향한 데 대해 “대부분 주에서 주민 이동이 증가한 동시에 5월 11일까지 31개 주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할 예정”이라며 “늘어나는 사람 간 접촉은 코로나19 감염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는 반대로 조기 경제활동 재개와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많은 주에서 사망자 수가 정점에 머무르는 기간을 수주씩 연장해 누적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란 뜻이다.

크리스토퍼 머리 IHME 소장은 CNN 방송에 “우리의 과제는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거나 전면 재발하지 않도록 미국민을 보호하면서 신중한 속도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5일 현재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120만 명을 넘고, 사망자는 7만 명을 웃돌았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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