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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지방 중견회사가 현금 290억 꽂았다…롯데월드타워 '큰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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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요가 클래스. 롯데월드타워 44~70층에 '하늘 위 궁전'인 시그니엘레지던스가 들어서 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열린 요가 클래스. 롯데월드타워 44~70층에 '하늘 위 궁전'인 시그니엘레지던스가 들어서 있다.

‘하늘 위의 궁전’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레지던스. 123층 555m 건물의 44~70층을 차지하고 있는 전용 133~829㎡(60~300평형) 223실이다. 2017년 2월 준공했다. 바닥난방을 할 수 없는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으로 사실상 주택이나 마찬가지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100실 정도 분양 #법인이 40실 정도 매입, 최고 190억원 #전국서 다양한 업종 회사서 사들여 #같은 층 4실을 한꺼번에 매수

국내 최고가 부동산으로 꼽힌다. 분양가가 공급면적 기준 3.3㎡당 대략 6000만~1억원으로 실당 40억~300억원에 달한다.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국세청 기준시가가 27억~226억원이다. 국세청은 시세반영 비율을 공개하지 않지만 70% 정도로 예상된다. 223실 전체 시가가 1조5000억원가량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최고 전셋값이 55억원(247㎡, 이하 전용면적)이고 월세가 2100만원까지 계약됐다.

총 시가 1조5000억원, 분양률 50%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현재 100실 가구 가량 팔려 분양률이 50%에 조금 못 미친다. 계약자의 40%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다. 전국에서 다양한 업종의 회사가 국내 최고급 명품 부동산을 매입했다.

법인이 주인인 물량이 40실 정도이고 법인이 매수한 금액이 총 2600여억원으로 전체 매도가격 5900억원의 45%가량을 차지한다.

생화를 재배하는 지방 중소 농업회사가 지난해 188㎡를 50억원에 매입했다.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샀다. 나이스신용정보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8년 매출액이 50억원에 좀 못미치고 영업이익이 2억원 선이다.

123층 높이 555m의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높이 555m의 잠실 롯데월드타워.

대전에서 정수기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이 249㎡를 사는 데 2019년 영업이익의 10배에 가까운 81억원을 들였다.

경기도 여행회사가 대출 없이 244㎡를 115억원에 샀다.

매입금액의 대부분을 대출로 마련해 구입하기도 했다. 무기 화학물질을 만드는 중소기업인 서울 회사는 82억원에 252㎡를 샀다. 대개 대출금액의 120% 정도인 채권최고액이 78억원이다. 대출금액이 매입금액의 80% 정도다. 주택은 서울에서 LTV(담보인정비율) 40% 적용을 받아 시세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지만 오피스텔엔 제한이 없다.

의약품 도매업으로 분류된 서울 중소기업이 산 208㎡의 가격이 56억5000만원이고 채권최고액이 비슷한 56억여원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이 30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0억원 선이다. 미국·일본 등의 해외 법인도 눈에 띈다.

수백억원을 들여 여러 실을 사기도 했다. 2018년 상반기 두 달 새 같은 층에 나란히 있는 232~248㎡ 4실이 총 290억원에 팔렸다. 매수자는 지방에 있는 전자 관련 중견기업이다. 4실 모두 대출 없이 매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는데 영업이익은 남지 않았다.

비주거용 건물 임대, 의약품·의료용품 도소매를 하는 경기도 중소기업은 320억원어치 3개 실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50여억원으로 한 실을 매수한 데 이어 지난해 270억원으로 2개 실을 샀다. 그중 하나가 489㎡로 190억원이다. 3개 실의 대출금액은 220억원이다.

이 회사는 2017년 244㎡를 89억원에 매입해 지난해 다른 법인에 115억원에 판 적이 있다. 2년 새 3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서울에서 가방·핸드백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지난해 2개 실 150억원어치를구입해 갖고 있다. 채권최고액이 140여억원이다.

2년 새 30억 가까운 시세차익 

법인들이 시그니엘레지던스에 꽂힌 이유가 뭘까. 분양업체도 매수한 회사들도 밝히지 않는데 업계는 3가지 정도의 이유를 꼽는다.

명품 부동산 욕심이다. 시그니엘레지던스는 입지 여건, 규모, 희소성 등에서 더는 나오기 힘든 상품이다. 모 대기업 오너가 본인 명의로 150억원짜리 2개 실을 매수한 이유도 같은 이유로 업계는 본다.

가격이 오르면 투자가치도 덤으로 기대할 수 있다. 2년 만에 20여억원을 번 업체도 있지만 지금은시그니엘레지던스 투자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올해 기준시가가 지난해보다 5%가량 내렸다. 몸값을 그만큼 낮춰 평가한 셈이다.

자료: 업계 종합

자료: 업계 종합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준공 3년이 지나도록 미분양이 많은 점 등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외국 바이어 접대 등 사업 목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 숙박용이나 연회 등으로 활용하기에 이만한 데가 어디 있겠느냐”며 “어느 호텔 스위트룸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등을 피하기 위한 '우회' 매수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주 등이 직접 매입하면 대출·세금 등의 문제가 있어 법인 이름으로 사고 실제로는 개인용으로 쓴다는 것이다. 자금을 묻어두는 효과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회삿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매입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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