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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OS요원 사라진 강남 재건축 ‘후분양’ 바람…로또 줄어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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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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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총 90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왼쪽)와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조감도.

이달 총 90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왼쪽)와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조감도.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얼어붙은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물밑은 뜨겁다. 1조원에 가까운 일감을 두고 벌이는 재건축 공사 수주전 때문이다.

신반포21차 등 재건축 수주전 #후분양 제시하는 건설사 많아 #조합원 분담금 부담 낮아지나 #일반분양 ‘로또’ 기대는 줄어

주택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이해 당사자인 건설사와 조합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강남 시장의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다.

OS 없는 재건축 수주전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조용해진 대신 더 뜨거워졌다. 20년이 넘는 수주전에서 조합원을 ‘구워 삶아온’ 홍보 도우미(OS요원)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3곳 모두 OS를 쓰지 않았다. 이달 말 입찰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사 선정에서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와 마찬가지로 OS 없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OS 활동이 주로 조합원 개별 접촉이었고 이 때 금품 제공 등 불·탈법 논란이 많았다”며 “정부 규제 강화로 개별 접촉이 금지된 데다 대면 접촉을 피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재건축 수주전 겉모양은 과거만큼 요란하지 않다”고 말했다.

OS 없는 수주전은 분양 방식으로 옮겨갔다.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 등 직접적인 이익은 물론, 확정 분양가 제시 등 간접적인 이익 제공도 금지됐기 때문에 조합원 추가분담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분양 방식을 둘러싼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 8월 이후 일반분양부터 적용하는 재건축 분양가상한제 시대를 맞아 분양가가 재건축 사업성을 좌우하는 민감한 이슈가 됐다. 상한제는 감정평가로 산정한 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친 금액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다.

상한제를 빠져나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우건설이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리츠 방식을 제시했지만 국토부와 서울시가 즉각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츠 방식은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을 분양하지 않고 준공 후 리츠를 만들어 일정 기간 임대주택으로 활용한 뒤 매각하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재건축 사업에서 전례가 없는 리츠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쳐 법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정부 등의 반대에 부닥쳐 현실성이 떨어지게 됐다.

분양가 좌우하는 분양 방식 

상한제 울타리 내에서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후분양이 떠오르고 있다. 이달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예정 공사비 1000억원)과 반포1단지 3주구(8000억원) 수주전에 참여한 업체들이 후분양을 들고 나왔다. 두 단지 모두 일정상 7월 말까지 일반분양 신청을 할 수 없어 상한제 대상이 확실하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조합이 7월 말까지 일반분양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데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후분양은 착공 무렵의 선분양과 달리 착공 이후 공사가 진행된 뒤 분양하는 것이다.

이달 말 최고 35층 2000여가구로 재건축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1단지 3주구. 예정 공사비 8000억원이다.

이달 말 최고 35층 2000여가구로 재건축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1단지 3주구. 예정 공사비 8000억원이다.

상한제에서 후분양의 장점은 분양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땅값 상승이다. 땅값 감정평가가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들쭉날쭉한 집값보다 땅값 오름세가 안정적이고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공시지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건축비도 자재비 인상 등으로 오르게 된다.

국토부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발표하는 공시가격 자료를 보면 표준지인 반포1단지 3주구 공시지가가 최근 5년간 105%, 연평균 15% 정도 상승했다.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18.4%(3.3㎡당 930만원) 올랐다. 공시지가 상승분만으로 분양가가 3.3㎡당 500만원가량 오르는 요인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내년 착공 무렵 선분양할 경우 강남 분양가가 3.3㎡당 4300만원 정도로 예상한다. 3년 뒤 후분양할 시점인 2024년엔 분양가가 3.3㎡당 5100만원가량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일반분양수입 증가로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1억5000만원 정도 줄일 수 있는 금액이다.

집값보다 더 오르는 땅값 

그런데 후분양 발목을 잡아 온 문제가 있다. 공사비다. 후분양할 때까지 분양수입이 없어 조합은 공사비를 조달해 시공사에 지급하고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 금액이 만만치 않다. 후분양해도 분양가가 많이 오르지 않으면 후분양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강남 아파트 부지 표준지 공시지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강남 아파트 부지 표준지 공시지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제시하며 조합의 공사비 조달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는 이유다. 신반포21차 수주전에 참여한 포스코건설은 골조공사가 끝난 후 공정률 70% 정도에서 후분양할 때까지 공사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전체 공사비 1000억원 중 700억원 정도다.

삼성물산은 공사비 8000억원을 모두 자체 자금으로 준공한 뒤 후분양하되 이자는 일반적인 금융권 조달금리(4% 정도)보다 훨씬 낮은 1.9%만 받겠다고 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분양가가 땅값과 연동하는 상한제에선 땅값이 오른 뒤 분양하는 게 유리하다"며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후분양이 재건축 추가분담금을 줄이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분양이 재건축 사업엔 솔깃하지만 일반분양 수요자의 ‘로또’ 기대는 줄어든다. 분양가가 집값 상승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면 시세차익이 작아진다. 분양가가 3.3㎡당 4300만원에서 5100만원으로 상승하면 전용 84㎡ 가격이 14억원에서 17억원으로 3억원 뛴다. 후분양 때까지 당분간 분양 공백이 생긴다. 분양 계약에서 잔금 납부까지 기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진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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