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신임 속 떠나는 김오수, 공수처장·국민권익위장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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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오수(左), 고기영(右)

김오수(左), 고기영(右)

김오수(57·사법연수원 20기) 법무부 차관이 27일 이임식에서 “훌륭한 장관님과 검찰총장님을 중심으로 법무·검찰 개혁과제를 훌륭하게 수행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후임으로 고기영(55·연수원 23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임명되면서 1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 정권의 신뢰가 두터워 향후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개혁 관련 “10개월이 3년 같아” #후임에 윤석열 동기 고기영 임명 #판사 출신 이용구 법무실장 사임

김 차관은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법무부 장관을 보좌한 흔치 않은 차관이었다. 대중적으로는 윤석열(60) 검찰총장과 충돌한 법무부의 대표 인사 중 한 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김 차관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의 처리 과정이나 지난 1월의 이른바 ‘검찰 학살 인사’ 국면에서 검찰보다는 정권과 장관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일부 검찰 후배들은 그를 ‘정권에 순응하는 선배’로 규정한다. 반면 법무부 내부에서는 ‘합리적 검찰개혁론자’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김 차관은 이임사에서 “지난해 6월 이후의 10개월이 마치 3년으로 느껴질 정도로 길고 힘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 그만둘 때를 항상 고민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가동되면서 검찰개혁 이슈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심했던 시기다.

김 차관은 “당분간 집에서 쉬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초대 공수처장, 국민권익위원장, 금감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장관급 요직으로 영전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친정권 인사로 분류된 상황이라 공수처장으로 추천될 경우 야당의 반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임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된 고 지검장은 윤 총장, 이성윤(58) 서울중앙지검장의 연수원 동기로 안정감 있는 조직관리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 1월 서울동부지검장 취임식 때 “겸손하고 절제된 자세로 검찰권 행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시 추 장관이 ‘학살 인사’를 전후해 ‘과잉 수사’를 문제로 지적했던데다가 동부지검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기소를 앞두고 있던 때라 이 발언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장 직무대리에는 이수권(52·연수원 26기) 대검 인권부장이 임명됐다.

한편 이용구(56·연수원 23기) 법무부 법무실장도 이날 추 장관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장판사 출신인 이 실장은 법무부의 탈검찰화 방침에 따라 사상 첫 비(非)검사 법무실장으로 일해왔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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