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검찰, 청와대·여권 겨냥 수사에 속도…21대 국회 전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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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검찰의 속도전이 예사롭지 않다. 총선 종료 후 첫 주말을 넘기기도 전에 ▶검언유착 의혹 수사 착수, ▶라임 사태 연루 전 청와대 행정관 구속, ▶신라젠 대표이사 구속 등 전광석화 같은 행보를 보였다. 의미 있는 수사 진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국회 개회 전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임 의혹 전 청와대 행정관 구속 #MBC녹취록·신라젠 등 적극 대응 #국회 열리면 의원들 불체포 특권 #범여권선 연일 검찰 때리기 나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중간보고를 받은 뒤 수사 지시를 했다는 사실과 관련해 “검찰에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이 사건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상태다. 일단 채널A 이모 기자가 ‘윤 총장 측근 검사장’ 녹음 파일과 관련해 “해당 검사장이 아닌 내 지인의 목소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취록에도 이 기자가 ‘제보자X’로 불리는 친여권 인사 지모씨에게 해당 검사장 관련성을 부인하는 대화들이 등장한다. 지씨와 범여권 인사들 간 사전 폭로 협의 정황들도 발견됐다.

19일 최강욱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되면서 의혹 제기자들에 대한 수사 명분도 생겼다. 수사의 중심이 ‘검언유착’에서 ‘정언유착’ 의혹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18일 구속된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건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라임 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대신증권 전 센터장 장모씨가 피해 투자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는 “김 전 행정관이 핵심 키이며 라임 사태 확산을 막아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다. 검찰의 신라젠 수사도 17일 이모 전 대표이사가 구속되면서 여권 로비 의혹 쪽으로 빠르게 초점이 이동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속도전과 관련해 “5월30일 21대 국회 개회 전 최대한 성과를 올려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소환 조사 없이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당선인(전 울산경찰청장)이나 이 기자 명예훼손 사건 피고발인이 된 최 당선인 등에 대한 소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가 열리면 불체포 특권을 갖게 돼 소환 불응 시 조사가 어려워진다. 이들이 대정부 질문을 통한 검찰 비판이나 검찰 권한 위축 내용의 법안 발의 등을 통해 검찰에 저항할 수도 있다.

수사 동력 상실로 이어지는 수사 장기화 방지나 청와대 관련 중요 사건 재판의 활용 등 차원에서도 4, 5월은 중요하다. 21일 최 당선인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 혐의와 관련해 첫 재판을 받고, 5월에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조 전 장관의 감찰무마 혐의 관련 재판 등이 잇따라 열린다. 이 과정에서 재차 이슈화하면 검찰은 우호 여론을 등에 업을 수도 있다.

범여권이 압도적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연일 검찰을 비판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낙선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19일 “헌법 정신은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는 망나니들이 도처에서 칼춤을 추고 있다. 공권력 행사자들을 영웅으로 미화하거나 ‘스타’로 추켜세우는 일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당선인도 전날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의 더러운 공작이 계속될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부패한 무리들’이 세상 바뀌었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겠다고 한다. 얼마나 더 많은 사건을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고 비꼬았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5월 말이면 국회가 열리고, 7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한다.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검찰은 4월과 5월에 승부수를 던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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