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선거 잘 치러진 것 대단한 일”…개혁 드라이브 시동 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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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대통령 입장문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대통령 입장문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여당의 4ㆍ15 총선 압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6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국민들께서 선거를 통해 보여주신 것은 간절함으로, 그 간절함이 국난극복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셨다”며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겠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더 겸허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우리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며 “국민들께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질서 있게 선거와 투표에 참여해 주셨고, 자가격리자까지 포함하여 기적 같은 투표율을 기록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하여 큰 목소리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민심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큰 목소리’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정한 한 가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해석의 영역 같다. 선거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일부 야당 후보들의 막말이나 야당 지도부가 줄곧 주장해온 정권 심판론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과 별개로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의 대화에서 “선거가 잘 치러진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 선거가 치러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유권자들이 1m 간격 줄 서기 등 원칙을 잘 지키면서 “기적 같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가 격리자 중에 투표한 이들, 이들을 위한 진행요원에 대해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의심스럽다는 게 아니라 확인해봐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문은 ‘전례 없는 총선 승리’를 대하는 청와대의 전체 분위기를 대변한다. 참모들도 총선 승리에 대해 말을 아끼며 의미 부여에 조심스러워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쏟아지는 질문에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은 대통령의 메시지에 담겨 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난을 극복할 것”이라는 정도로만 답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총선 전에 선거와 거리를 뒀던 것처럼, 총선 이후도 청와대의 입장은 명확하다. 당면한 과제부터 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총선과 관련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이튿날인 16일 별다른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SNS에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세월호와 함께 울었고, 함께 책임지기 위해 행동했고, 세월호를 통해 서로 얼마나 깊이 연결된 존재인지도 알게 됐다"고 썼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이튿날인 16일 별다른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SNS에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세월호와 함께 울었고, 함께 책임지기 위해 행동했고, 세월호를 통해 서로 얼마나 깊이 연결된 존재인지도 알게 됐다"고 썼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

이런 청와대의 입장과 관계없이 문 대통령은 180석 거여(巨與)의 지원을 바탕으로 2년여의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국면에 집중하다가 5월 10일 취임 3주년을 즈음해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의 얼개를 재정비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인적 쇄신 요구에 따른 '수세적 입장'의 청와대 참모진이나 내각 개편 필요성은 사라졌다. 하지만 국회 원(院) 구성을 즈음해 여권의 인재풀이 조정되고 임기 후반기 국정 과제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참모진과 내각의 일부를 교체하는 공세적 인사 수요는 분명히 있다.

여권에는 그 동안 여소야대 국회에 막혀 문재인 정부가 설정한 개혁과제 다수를 미뤘다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국정 운영 과제 설정과 인적 개편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개혁 작업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비롯한 사법개혁 이슈가 우선 의제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선 종전 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실행을 담보하기 위해 국회 비준을 추진했지만,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막혔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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