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공장 폭발, 예비아빠의 비극···산재 소송중 산재로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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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가죽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심석용 기자

1월 31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가죽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심석용 기자

경기도 양주시 한 가죽공장에서 지난 1월 일어난 폭발사고로 숨진 나이지리아인이 산재 소송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지리아 국적인 A(47)는 폭발 당시 이 공장에서 작업하다가 화를 당했다.

A가 상담했던 차인철 노무법인 동아 노무사 등에 따르면 A는 2001년 1월 19일 국내에 들어온 뒤 여러 공장에서 일을 해왔다. 2011년 3월부터는 경기도 연천의 한 공장에서 생산공으로 근무했다.

2016년 작업 중 부상으로 109일간 입원

불행이 시작된 것은 2016년 8월 8일이었다. 당시 A는 전기로 가열된 2개의 로울러 사이에 작물을 끼여 넣어 통과시키는 일을 맡고 있었다. 원단을 건조하고 압착하는 공정이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 A는 로울러 사이에 원단을 넣던 중 원단이 겹쳐져 기계에 들어가자 급하게 잡아당겼다. 원단을 빼내려는 그의 오른손이 로울러 사이로 빨려 들어가 압착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측에 따르면 당시 A가 사용한 기계는 공장에서 새로 들여온 제품으로 사고 하루 전인 2016년 8월 7일 설치됐다. 공장 측은 사전에 기계 작동방법이나 주의사항을 교육하지 않았다고 한다. A는 “이전에 하던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한국인 동료의 말만 듣고 자신은 처음으로 작업에 임해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고로 우측 제 3수지 요측 수지 신경과 동맥 파열 등의 부상을 당해 109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2018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 11급을 판정받고 장해급여 1640만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A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신이 입은 장해 중 일부만을 인정하고 다른 부분은 등급에 미달한다고 판단했다”며 차 노무사와 대한 법률구조공단 의정부지부와의 상담을 거쳐 해당 공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산재소송 중 산재로 숨져

지난 1월 31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 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독자 제공

지난 1월 31일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한 가죽가공업체에서 폭발 사고로 추정되는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독자 제공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A는 생계를 위해 경기도 양주시 한 가죽공장에서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월 31일 이 가죽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A는 세상을 떠났다. 평소 A와 친분이 있다던 오케케 먼데이(Okeke Monday·38)는 “A가 여기서 일한 지 3주 정도 됐던 것 같다”며 “그는 임신 8개월 차인 부인이 보고 싶다며 조만간 나이지리아로 갈 예정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A가 사망했지만, 민사소송은 계속된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상속인이 이어받을 수 있다. 지난달 22일 국내에 들아온 A의 유가족은 소송 진행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일러실에서 미상의 원인으로 폭발

1월 31일 11시25분쯤 폭발사고가 발생한 양주시 공장에서 100m정도 떨어진 하천에 공장 건물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석경민 기자

1월 31일 11시25분쯤 폭발사고가 발생한 양주시 공장에서 100m정도 떨어진 하천에 공장 건물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석경민 기자

1월 31일 오전 11시25분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죽 공장에서 보일러 폭발사고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이 ‘펑’ 하는 소리가 함께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했다. 당시 공장에는 2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A 등 2명이 숨지고 박모(65)씨 등 6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조사 결과 ‘보일러 내부 압력이 상승하고 안전밸브가 파손되며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폭발 원인은 미상’이라는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다. 당시 보일러실 내에는 스팀 용도로 쓰이는 벙커C유 스팀 보일러가 설치돼 있었다. 연료(폐비닐정제유) 1만200L를 저장할 수 있는 보일러 탱크 옆에 LPG 가스통도 놓여 있었다. 합동 감식반은 보일러와 LPG 가스통이 둘 다 폭발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회사 대표 B씨(59)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안전 관리 책임자로서 폭발한 공장 내부 보일러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대표, 공장장, 보일러실 담당 직원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폭발원인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동부에서 따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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