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환자 10%가 무증상···방역망 위협하는 스텔스 코로나

중앙일보

입력 2020.04.11 06:00

6일 대구시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진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대구시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진행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환자 10% 가량은 '무증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환자도 발열이 그리 많지 않았고, 기침 같은 호흡기 증세가 뚜렷하게 안 나타나기도 했다. 조용히 찾아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조기 발견과 방역이 어려운 '스텔스 바이러스'인 셈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ㆍ정희진ㆍ김우주 교수팀은 10일 코로나19 국내 초기 확진자 28명을 분석한 논문을 공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7일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렸다. 한국인 연구팀의 코로나 관련 논문이 NEJM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대구로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 28명 중 3명(10.7%)은 무증상 감염이었다. 감염된 환자 본인도 증상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증세가 없었다고 한다.

환자 28명의 전반적인 증세를 살펴보면 대개의 호흡기 질환과 달리 다양한 양상이 드러났다.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국내에서 알려졌던 대표적 코로나19 증상은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이었다. 하지만 28명 중 20명에서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에서 런던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외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에서 런던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외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이들 환자의 구체적 증세도 전형적이지는 않았다. 감염 초기 발열이 나타난 경우는 20명 중 8명(4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열이 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침과 인후통 등 호흡기 증세가 아예 없는 환자도 있었다. 일부는 가벼운 기침 증상만 나타난 반면, 심한 인후통을 호소하는 환자도 나왔다. 증상의 종류와 강도 등이 제각각임을 보여준다.

이렇다보니 연구팀은 코로나19 조기 진단과 방역이 어렵다고 봤다. 송준영 교수는 "이번 연구로 코로나19가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증상이 유사해 임상적으로 감별이 어렵다는 걸 확인했다"며 "증상 발현 시점 자체가 모호해 일선 병원에서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감염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무증상 환자들이 많다는 것도 위험 요소다. 정희진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무증상 전파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무증상 상태에서도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형적이지 않은 초기 임상 특징이 방역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4.15총선 사전 투표일을 하루 앞둔 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다목적복지회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전문 방역업체 직원들이 투표소 내부를 소독 하고 있다. 뉴스1

4.15총선 사전 투표일을 하루 앞둔 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다목적복지회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전문 방역업체 직원들이 투표소 내부를 소독 하고 있다. 뉴스1

보건당국도 무증상 환자에 따른 감염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당초 확진자 발생시 증상 발현일 하루 전 접촉자까지 역학조사를 진행했지만, 이달 초부터 적용중인 새 지침에 따르면 이틀 전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지침을 바꾼 건 환자가 증상 발현 전 최대 2일간 무증상(무자각) 상태를 보이며 자신도 모르게 주변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어서다.

방역 당국은 신규 확진자가 줄어든 최근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조용한 전파'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려운 이유는 초기에 아주 경증일 때, 환자들이 느끼기도 어려울 정도의 아주 경미한 초기 증상이나 무증상 시기의 전염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며 "신규 발생자 수가 줄어도 방역당국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조용한 전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무증상, 경증 감염자들이 지역사회 내에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 대폭발이라고 이야기하는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전파력 등에 대한 추가 분석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무증상이나 경증 상태에서도 은밀하게 타인을 전염시키는 '스텔스 바이러스'로 볼 수 있다"며 "무증상 상태에서 어느 정도 전파력이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한 만큼 코로나19만의 특성을 주의하고 (방역)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의 특성을 보면 팬더믹(대유행)에 특화된 바이러스 같다"고 평가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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