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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무만 심은 이 사람, 파킨슨병 앓는 아침고요수목원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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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에 하늘에 가서 ‘넌 뭐하고 왔느냐’ 물으면 ‘전 나무 심다 왔습니다. 나무를 심고, 또 심고, 또 심었습니다….’”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한상경(70) 대표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병을 얻은 건 오래됐다. 2004년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꼿꼿이 버텨내 수목원 바깥세상은 잘 몰랐다. 병세가 나빠진 건 지난해 여름 이후다.

“파킨슨병이란 게 아무도 나았다는 사람이 없어요. 난치병이고 불치병이지요.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병 하나 친구 삼아 구슬리면서 사는 것도 인생이겠구나. 작년 이맘때 먹어야 하는 약을 절반으로 줄였어요. 약을 줄이고 나니까 의식이 깨어났어요. 사고가 분명해졌어요. 그 대가로 떨림이 심해지고 거동이 더 불편해졌지요. 사람들이 그걸 보고 안 좋아졌다고 하는 것 같아요.”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였던 한 대표는 1995년 아내 이영자(68) 원장과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을 개장했다. 영화 ‘편지’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가 수목원에서 촬영됐다. 여전히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수목원의 풀과 나무를 돌본다.

“저는 곡선이 있는 휘어진 나무를 좋아합니다. 모진 풍파를 겪은 나무에요. 휘어진 가지, 그런 데서 꽃이 피어요. 휘어진 가지에서 열매가 더 잘 열려요. 아팠던 나무가 휘어져요. 휘어진 나무는 펴지지 않아요. 그러나 꽃은 피울 수 있어요….”

인터뷰 말미 그는 자작시 ‘나의 꽃’을 암송했다. 아래에 전문을 옮긴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 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촬영=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편집·그래픽=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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