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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에서 마지막 희망을 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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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세상의 끝.
모든 문이 닫혀 모든 인류가 갇힌 세상. 문득 세상의 끝이 궁금해졌습니다. 사회적 거리를 넘어 궁극의 고립을 통감하는 곳, 문명 따위가 얼마나 미미한 것인지 고해하는 곳, 긴 방랑의 마침표를 이윽고 찍는 곳. 어쩌면 태초의 바람이 시작하는 그곳.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름 파타고니아(Patagonia).

파타고니아는 남미 대륙의 꼭짓점, 남위 40도 아래 일대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남극과 가장 가까운 육지라지요. 지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부르는 지명이 따로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16세기 마젤란이 명명했다고 전해집니다. 발이 큰 종족의 땅.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국이 예서 비롯됐다지요.

사진은 파타고니아의 칠레 영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모습입니다. 국립공원이 속한 지역이 울티마 에스페란사입니다. 최후의 희망이라는 뜻. 『신곡』 지옥편의 구절이 떠오릅니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두 희망을 버려라.’ 지옥문에 적힌 문구라지요. 저는 달리 생각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끝에도 한 줄기 희망은 남아있다.’ 희망을 품는 한 천국입니다. 힘내십시오, 모두.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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