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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신기루? 죽음의 계곡서 만난 '꿈틀대는 사막'

중앙일보

입력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 

사막이라면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고립, 갈증, 막막함, 죽음…. 그런데 신기합니다. 지독히 황량한 그 세계가 사람 마음을 홀립니다.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이 그렇습니다.

데스밸리는 ‘죽음의 계곡’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황홀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국립공원에는 악마의 골프코스, 단테의 전망대, 화가의 팔레트 같은 재미난 지명이 많습니다. 찾아가보면 이름을 수긍하게 됩니다. 울퉁불퉁한 벌판, 해발 -35m 소금 사막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초록·분홍·보라색을 띠는 협곡이 나타납니다.

가장 극적인 풍광은 해 질 때 펼쳐집니다. 발목까지 푹푹 잠기는 사구(沙丘)를 걸어 사람이 없는 곳까지 나아갑니다. 아무 데나 털썩 앉습니다. 낙조 내린 바다처럼 사막이 붉게 물듭니다.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완벽한 적막이 찾아옵니다. 모래언덕이 일렁입니다. 신기루를 본 걸까요? 죽음의 계곡이 살아서 꿈틀대는 것 같습니다.

서로 모습 다른 모래 둔덕들이
그냥 서 있지 않고 계속 흐르고
겉으로 보면 흐르지 않아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흐름이 보이고
죽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황동규 시인의 ‘죽음의 골을 찾아서’ 시 구절입니다. 시인도 비슷한 풍광을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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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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