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4만명 사망 전망 나오자 “2조 달러 추가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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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앞으로 매우 힘들고, 아주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백악관이 이날 공식적으로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최소 10만명에서 최대 24만명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백악관TF 사망 추정치 처음 내놔 #네 번째 구호예산, 총 5200조원 #미국 연방정부 한해 예산 맞먹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2조 달러 규모의 네 번째 긴급구호 예산 패키지를 내놨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 금리가 제로로 내려간 지금은 수십 년간 기다려온 인프라 법안을 처리할 때”라면서 “(예산은) 매우 크고 담대해야 한다. 2조 달러는 오롯이 일자리와 한때 위대했던 우리나라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긴급구호 예산 패키지까지 통과하면 미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만 모두 4조30000억 달러(약 5200조원) 이상의 국가 재정을 쏟아붓게 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11년 9월) 예산(4조8290억 달러)에 맞먹는다. 한국 올해 예산(513조원)의 10배가 넘는다.

미 의회는 이미 3월 한 달간 예산 법안을 세 차례 처리했다. ①치료제 개발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원에 83억 달러(약 10조원) ②근로자 유급 병가와 돌봄 휴가 지원에 1000억 달러(약 122조원) ③전 국민 현금 지급과 항공사·기업 금융 지원에 2조2000억원(약 2700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그런데도 부족해 경기 부양을 위한 예산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이에 따라 경제 활동 위축도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데버러 벅스 조정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백악관 코로나TF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10만~24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상치를 내놓았다. 대학 등 민간 연구기관 보고서는 많았지만, 정부가 직접 추정치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미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을 4월 30일까지 연장했다. 각 주 정부도 ‘자택 대기’ 행정 명령을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정효식·박현영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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