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신종 코로나 재난의 경제적 충격

중앙일보

입력 2020.04.0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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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코로나19가 몰고 올 경제적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연준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는 ‘V’자형, 즉 경기가 급속히 냉각됐다가 바로 강하게 반등하리라고 전망한다. 반면 침체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회복이 시작되는 ‘U’자형을 예측하는 전문가도 많다. 일각에서는 급속 하강한 경기가 바닥에서 장기간 머문 다음 점차 성장하는 ‘L’자형을 예상하기도 한다.

경제위기에 대한 역사적 경험은
미국과 유럽의 방역 결과에 따라
경기가 ‘V’ 혹은 ‘U’일 것을 시사
정부와 민간역량 결집해 헤쳐가야

역사적 경험은 위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매우 유용한 어림치를 제공한다. 지난 백여 년 동안 세계경제가 큰 위기를 경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1918~20년의 스페인 독감, 1929~39년의 세계 대공황, 1970년~80년대 초에 일어난 두 차례의 유류 파동,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글로벌 충격뿐 아니라 특정 지역 중심의 대형 위기도 있었다.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의 체제이행으로 인한 침체, 그리고 1997~8년에 여러 아시아 국가가 겪었던 외환위기가 이에 속한다.

‘L’자형은 일어날 확률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국민소득이 이런 추이를 보이려면 경제 제도에 중요한 결함이 있는 데다 심각한 정책 실패가 겹쳐져야 한다. 대공황이 대표적인 예다. 경제 침체에 대응해 미국 정부는 총수요를 증가시켜야 했지만 오히려 금리를 올려 위기를 악화시켰다. 또 금본위제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확장적 통화정책을 쓸 수 없었다. 결국 존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에 입각해 정책을 수정하고 금본위제라는 경직된 제도를 없앰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의 체제이행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제도 전환뿐 아니라 갈팡질팡 이행 정책이 합쳐진 결과, 1990년부터 8년 동안 러시아의 국민소득은 40%나 하락했다.

코로나19 재난은 경제 제도의 결함과는 관련이 없다. 경제전문가는 이미 어떤 종류의 정책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지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재난으로 세계 경제가 4년 연속 음(陰)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그 규모가 15% 이상 감소하는 ‘L’자형 추이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V’자형 추이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벤 버냉키는 방역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제활동을 중지시켰기 때문에 충격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한다. 쉽게 말하면 화재 발생을 우려해 전류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경우이므로 위험이 사라져 전기 공급이 재개되면 바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이다.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분석한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 결과도 이를 지지한다. 그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은 세계 평균 성장률을 6% 포인트 감소시켰다. 사망자수를 전체 인구로 나누어 계산한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은 2%인데 코로나19가 이 정도로 치명적일 수는 없다. 즉 이번 재난으로 성장률이 6% 포인트 넘게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그는 판단한다.

‘U’자형은 심각한 금융 충격이 발생했거나 산업 구조의 적응이 필요할 때 주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금융위기나 아시아 외환위기가 이에 해당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용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았던 금융권, 그리고 외채주도성장을 추구했던 기업 및 금융부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이 필요했다. 유류 파동 때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의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충격이 비교적 오래 갔다. 이는 이번 사태가 실물을 넘어 금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 ‘U’자형 시나리오로 갈 확률이 크다는 뜻이다.

‘V’와 ‘U’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코로나19의 방역 결과일 것이다. 만약 유럽 주요국과 미국 기업 대부분이 향후 3~4개월 이내에 가동을 재개할 수 있다면 ‘V’자형 시나리오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 정도 기간에는 정부 지원 등으로 말미암아 대다수 기업과 금융기관이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다. 그러나 셧다운 기간이 더 오래 지속된다면 정부 역량이 소진될 수도 있다. 실물부문 붕괴가 신용 경색을 촉발하고 이것이 다시 실물부문 위기를 증폭시킨다면 ‘U’자형이 된다. 마치 전기를 다시 공급해도 회로가 망가져 전류가 흐를 수 없는 상태와 같아진다.

우리 정부는 기업과 가계의 보전(保全)을 목표로 신속, 과감한 정책을 펴야 한다. 동시에 ‘U’자형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때는 공공부문의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충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가용 재원을 최대한 동원해 추가 버팀목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지하경제에 잠겨있는 돈을 포함한 시중자금이 자본시장에 유입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상생과 연대 기금’을 만들어 50%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민간 기부를 받는 안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 확진자 수를 크게 줄여야 한다. 그래야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고 내수가 회복돼 우리 경제가 버틸 체력을 키울 수 있다. 지금은 방역이 경제정책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웃사랑이자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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