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일자리 증가 폭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여행업종 종사자가 많이 감소한 탓이다.
2월 일자리 증가 폭 어떻길래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848만8000명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6만3000명(0.9%) 증가했다. 월별 종사자 증가 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최근 30만명 안팎의 종사자 증가 폭과 비교해도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실업난 조짐 보인 곳은?
지난달 코로나 발 실업난 조짐을 보인 곳은 숙박·음식·여행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분야다.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5만3000명(4.2%) 줄었고, 여행사·청소·경비·콜센터 노동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에서는 1만2000명(1%)이 감소했다. 공연·헬스장 등 예술·스포츠서비스업에서도 6000명(2%)이 줄었다. 지역별로도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한 대구(-0.2%)·경북(-0.2%) 지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았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식당 등 음식업은 폐업 위기에 몰린 곳이 많고 여행·공연·예술·스포츠업 등도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달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달이지만, 온전히 '심각' 단계로 접어든 이달부터는 더 어려운 상황이 통계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증가 양호한 곳도 있나?
제조업 등 나머지 업종은 최대한 버티는 모습이다. 종사자 수 비중(약 20%)이 가장 큰 제조업은 한 해 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종사자 수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의 재정 일자리 비중이 높은 업종에선 채용 확대 등으로 종사자가 늘어난 곳도 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선 10만6000명(6.1%),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에서 4만명(5.4%) 등이 증가했다.
기업 규모로는 소규모 사업장의 일자리 증가 폭이 더 낮았다. 상용직 30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는 0.6%(9만8000명) 증가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에선 2.3%(6만5000명) 증가했다.
"3·4월엔 실업자도 늘 것"
지난달은 코로나 위기가 '실업 대란'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통계청이 집계한 실업률은 지난달 4.1%로 한 해 전(4.7%)보다 낮았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임 차관은 "지난달에는 유급 휴업을 택하는 사업장도 있는 상황이지만, 3·4월로 접어들면 실업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관계 부처와 상황을 살펴보고 추가 보완 대책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