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이럴거면 관두라 해" 격했던 이해찬 발언 진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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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때가 어느 땐데, 기재부가 하던 대로 할 거면 하지 말고 관두라고 해라.” 

12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전날 했다는 '홍남기 경질' 발언 진위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가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증액에 방어적인 기획재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책임론’을 언급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 시작 직전 조정식 정책위의장에게서 현안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조 의장이 “기재부가 국가채무비율 악화를 이유로 추경 확대에 부정적”이라고 하자 이 대표는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 상황이 위중한데 기재부가 기존 관성에 갇혀있으면 되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회의실에 있던 측근들은 이와 관련 “(이 대표가) 굉장히 강한 어조였다”, ”(기재부를 향한) 질책성 발언이 꽤 길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논란 확대를 의식한 듯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비상상황에서 너무 보수적으로 (재정정책을) 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경질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경질 권한이 없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해임 건의인데 이 대표가 직접 언급은 안 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당정청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 중인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현동 기자

지난달 25일 당정청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 중인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현동 기자

이 같은 소동은 11일 추경 증액 관련 당·정·청 회의에 홍 부총리가 참석하지 않아 더 증폭됐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이 당·정·청 회의 직후 “추경 증액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이 자리에 홍 부총리는 없었다. 청와대에서 김상조 정책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정부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주요 회의 안건에 추경 증액이 없었기 때문에 기재부에서는 김용범 1차관이 대리 참석했다”는 게 민주당 측 해명이다.

홍 부총리는 4·15 총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1월 16일) 직전까지 고향인 ‘춘천 차출’ 대상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12월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 사주를 받아 정치적 목적으로 거래하는 예산안에 동조했다” 며 홍 부총리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추경 증액과 관련해 “최소한 6조3000억~6조7000억원 규모 증액은 반드시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인영 원내대표)고 강조했다. 7일 정부 제출안(11조7000억원)을 대폭 늘려 18조원 규모 이상으로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추경 규모가 늘어난 적은 없었다. 국회가 예산을 증액해 통과시키려면 기재부 동의를 거쳐야 한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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