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당 1500원' 마스크 풀린다···"전국 약국에 100만장 배송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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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들어왔습니다"

서울시 서초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29일 KF 마스크를 2주 만에 구했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수급에 돌입하면서 대한약사회가 약국에 하루 100장씩 마스크를 공급하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어제 저녁부터 공적 마스크 물량이 풀렸다"며 "같은 서초동에서도 어제 저녁에 받은 약국도 있고 오늘 받은 약국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시내 중구·마포구·서초구·동작구 약국 12곳에 확인한 결과 공적 마스크를 받은 곳은 7곳, 아직 받지 못한 곳은 5곳이었다. 대한약사회는 정부가 수급하는 공적 마스크를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 컨소시엄(지오영)과 백제를 통해 전국 약국에 순차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는 모든 약국에서 장당 1500원에, 손님 1명당 최대 5개만 판매해야 한다. 관계자는 "약사회에서 공적 마스크 가격을 1500원으로 통일했다. 지키지 않는 약국은 공급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선 약국 혼란…여전히 마스크 전쟁 

29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마스크 없음'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 [뉴스1]

29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마스크 없음'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 [뉴스1]

서울시 마포구의 S약국은 28일, 29일 각 100장씩 공적마스크 200장을 배송받았다. 한번은 KF94로 한번은 KF80으로 들어와 각각 5분, 10분만에 모두 판매했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O약국 관계자는 "여기는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들이 마스크를 껴야 학원에 들어갈 수 있어 최대한 많이 나눠주기 위해 1~2개씩만 판매한다"고 전했다.

광화문에 위치한 S약국에는 아직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았다. 약사 김모씨는 "어제부터 60여명이 계속 와서 '마스크 들어왔냐'고 물어봐서 일을 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공적 마스크는 안 들어왔지만 구하기 힘든 시중 마스크를 겨우 구해 2500원에 팔았더니 '왜 이렇게 비싸냐'며 항의를 엄청 받았다"며 "정부가 시행 단계에서 발표해야지, 공급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발표해 일선 약국은 매일 항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약국마다 공급 상황은 들쭉날쭉이지만 공통점도 있다. 약국 앞에 "마스크 없음"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마스크 100장이 들어와도 매진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를 보고 와서 "왜 이 약국은 마스크가 없냐""마스크 풀렸다는데 왜 없냐, 어디 숨겨놓은 것 아닌가"는 항의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일부 약국에서는 매일 선착순으로 20명씩 번호표를 부여하고 마스크가 들어오는 대로 연락을 주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29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마스크 없음'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뉴스1]

29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마스크 없음'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뉴스1]

약사회 "약 100만장 전국에 배송 중"

대한약사회 김동근 부회장은 "정부로부터 공적 마스크 약 100만~110만장을 확보해 도매 컨소시엄에 넘긴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주말도 껴 있어 전국 약국에 공급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아마 다음주 초에는 마스크가 다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약사회는 앞으로 마스크 배송에 편차가 생기지 않도록 도매 컨소시엄 지오영을 중심으로 지역 도매상과의 컨소시엄도 고려하고 있다.

일선 약국 관계자들은 "약사회에서 공적 마스크를 매입해 사실상 마진 없이 파는 것인데 시민들이 가격 차이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매일 100개씩 받는다고는 하지만 배송이나 공급에서 차질이 생기면 그마저도 확답할 수 없어 혼란스러움이 가중된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매점매석 업체 단속

박스에 보관돼 있는 마스크. [국세청 제공]

박스에 보관돼 있는 마스크. [국세청 제공]

정부는 29일에도 하루 동안 마스크 448만개를 공적 물량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약국에서 261만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55만개,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14만개, 공영홈쇼핑에서 10만개를 각각 준비했다.

경찰도 매점매석 업체 단속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서울 강서경찰서는 강서구에 소재한 한 업체에서 마스크 3만장이 보관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서경찰서는 서울시와 함께 해당 업체의 마스크 보관 행위가 매점매석 또는 긴급수급조정조치에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고, 발견된 마스크 시중 유통을 적극 권고했다.
금천경찰서도 이날 새벽 마스크를 대량으로 옮기고 있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해 현장에서 마스크 박스를 옮기던 남성 2명을 임의동행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천경찰서는 이들이 국외 반출을 위해 마스크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보고 마스크 2만개를 확보했다.

정은혜·박현주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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