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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뒷북 대응, 프로스포츠 총체적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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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스포츠가 직격탄을 맞았다. 21일 부천체육관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하나은행과 BNK의 여자프로농구 경기.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스포츠가 직격탄을 맞았다. 21일 부천체육관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하나은행과 BNK의 여자프로농구 경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 프로스포츠(축구·야구·농구·배구)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이 사상 처음 연기됐다.

프로축구 사상 첫 개막 무기연기 #여자농구, 프로배구 무관중 경기 #사태 악화되도록 폭탄 돌린 형국 #문체부, 4일 회의 후 대응책 미뤄

프로축구연맹은 24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 29일인 K리그1(1부리그) 개막과 다음달 1일인 K리그2(2부리그) 개막을 각각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참가팀(전북·울산·서울·수원)에 대해서는 홈 경기를 관중 없이 치르라고 권고했다.

당초 연맹은 대구·경북 지역 연고팀인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홈 경기 두 경기만 연기했다. 리그 전체 일정을 연기한 건 주말 사이 정부가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데 따라서다. 프로축구 일정이 늦춰진건 자연 재해를 제외하고는 1983년 출범 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열린 K리그1 대표자 회의에서각 구단 관계자들이 대구의 개막전 일정 변경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대응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열린 K리그1 대표자 회의에서각 구단 관계자들이 대구의 개막전 일정 변경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대응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21일 프로스포츠 중 가장 먼저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23일에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동참했다. 남녀 프로배구 V리그는 25일부터 관중없이 경기를 치른다. 26일 재개되는 남자 프로농구도 무관중 경기가 유력하다. 최현식 한국프로농구연맹(KBL) 홍보팀장은 “25일 이사 간담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다음달 14일, 정규시즌은 다음달 28일에 개막한다. 남정연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팀장은 “이번 주에 단장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무관중 경기나 취소, 연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구가 연고지인 프로야구 삼성의 고민이 깊다. 대구는 정부가 지정한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1일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개막 연기를 해당 연맹에 요청했다. 불가피하게 강행할 경우 ‘무관중 경기’로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정 변경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프로야구는 7월 도쿄올림픽이 있어 정규시즌 개막을 예년보다 앞당겼다. 축구와 달리 일주일에 6경기를 치른다. 한 번 연기하면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 수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양 팀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양 팀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종목의 흥행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프로팀 관계자는 “시즌 티켓 환불, 광고 등과 맞물려있어 머리가 아프다”고 전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연고팀 체육관 사용 제한 방침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여론은 ‘무관중 경기 또는 일정 연기를 찬성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23일 프로배구 여자부 1, 2위 팀 현대건설-GS칼텍스전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에 관중 3707명이 몰렸다. 인터넷에는 “이 시국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실내 체육관에 몰리느냐” 등의 댓글이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이 거셌다.

지난 9일 프로농구 LG와 KCC전이 열린 창원체육관에 입장하는 농구팬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프로농구 LG와 KCC전이 열린 창원체육관에 입장하는 농구팬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은 프로야구가 1만119명, 프로축구가 8013명이었다. 관중 입장 게이트를 하나로 통일하고 열화상감지기와 체온측정기 등을 준비해도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보장이 없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인적 의견으로는 스포츠 경기는 앞으로 2주간 연기했으면 한다. 이번주와 다음주에 고리를 끊어야 한다. 만약 유행이 안잡히면 상황을 다시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실내와 실외 스포츠의 감염성 차이에 대해 “다중 이용시설은 환기시설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실내가 조금 더 감염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체온측정기에 대해 “야외에서 측정하다보면 체온 측정이 다소 어려울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각 종목단체가 ‘폭탄 돌리기’ 하는 듯 대응을 미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자농구를 주관하는 WKBL이 총대를 메고난 뒤에야 다른 종목도 뒤따라간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문체부는 4일 프로단체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또 13일 여자배구가 열린 장충체육관에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4대 프로스포츠 단체장을 만났다. 하지만 복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당시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프로스포츠는 수익과 직결되는 비즈니스 성격이 크고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서 자율성을 인정했다. 지속적으로 위기의식과 정보공유를 통해 단계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설명했다.

박린·김효경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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