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는 금융사기" …투자자들, 전방위 소송전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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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를 둘러싼 소송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라임자산운용이 발표한 펀드의 예상 손실률을 두 눈으로 확인한 투자자들이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들은 사태 해결을 지연한 금융감독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 "금융사기" 주장 

라임펀드 투자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라임펀드 투자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법무법인 우리는 라임펀드 투자자 4명(총 피해금액 약 26억원)을 대리해 20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대신증권과 대신증권 전 반포WM센터장 장모씨를 형사고소하고, 대신증권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우리는 "이 사건을 금융사기사건으로 규정한다"며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자금을 이용한 불법적 행위는 판매회사가 적극적으로 자금을 모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소송의 취지를 밝혔다. 우리는 이날 이후 모집된 추가 투자자들의 2차 고소 및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라임펀드 투자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와 광화 등도 지난 14일 금감원의 중간 검사 결과 발표 이후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소송 문의 3~4배로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로펌에 소송을 문의하는 라임펀드 투자자는 최근 급증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지난 14일 금감원 발표 이후 소송 문의가 늘어서 계속 상담 예약을 잡고 있다"며 "지난주까지 하루 평균 서너명이 연락을 해왔다면 이번주부터는 매일 10명 이상씩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문의 수준에 그쳤던 투자자들 가운데 이제는 진짜 소송에 임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이들도 많아졌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기존에 연락을 취하기만 했던 투자자들이 200명에 가까운데, 이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수임에 나서고 있다"며 "지난 금요일(14일)을 이후로 투자자들이 금감원 분쟁조정, 형사 고소, 민사 소송을 가운데 어떤 게 더 유리한지, 또 본인이 가입한 상품은 어떤 대상에 해당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하면서 법적 대응 의지를 강하게 보인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을 움직이게 한 건 지난 14일 금감원 검사 결과와 더불어 발표된 라임자산운용의 기준가 조정(상각) 결과다. 정민규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실사 이전엔 손해율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폰지사기 등 혐의가 짙은)무역금융펀드 쪽 관련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다른 모펀드의 손해율이 나오면서 '어떻게 해야 손해배상을 수 있냐'는 민사소송 문의가 확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안 복잡" 소송 대상 제각각 

19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IFC 내의 라임자산운용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IFC 내의 라임자산운용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사태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속아서 가입했다는 투자자와 운용사(라임자산운용), 판매사(19곳의 은행과 증권사), 펀드에 레버리지(차입)를 제공한 총스익스와프(TRS) 증권사, 라임펀드를 대량 취급한 프라이빗뱅커(PB) 등이 서로 각자의 주장을 편다.
사안이 복잡하다보니 법무법인마다 소송 대상을 어디로 삼을지 전략이 나뉜다. 법무법인 우리는 판매사인 대신증권과 반포WM센터장에게 책임을 묻는다. 김정철 변호사는 "대신증권은 당시 반포WM센터장과 라임운용이 같이 공모한 정황이 많아서 사기라고 보여진다"며 "검찰이 아직 수사에 나서지 않은 이쪽을 대상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운용사와 다양한 판매사를 비롯해 TRS증권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검토 중이다. 구현주 변호사는 "라임사태는 수익률 조작을 통한 사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판매사들이 얼마나 알고 관여를 했는지 혹은 알면서도 방조를 했는지 부분이 쟁점이고 TRS증권사도 따져봐야 한다"며 "펀드 수가 많고 펀드마다 시기나 절차가 달라서 건별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펌 "금감원 책임" 한 목소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법무법인들은 금감원의 책임을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금감원이 사전 관리감독을 부실하고 하고 검사를 지연하면서 사태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정민규 변호사는 "무역금융펀드는 2018년 10월, 2019년 2월 블룸버그 등 이미 외신에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는데도 금감원이 당시 감독이나 검사에 나서지 않았다"며 "이번 실사도 직접 하지 않고 삼일회계법인에 지시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끈 것을 보면 금감원에1차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철 변호사도 "2015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를 크게 완화했기 때문에 금감원도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충분히 알았다"며 "그런데도 사전에 감독을 충실히 하지 않은 데다, 중간에 부실을 인지했을 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규모가 확대되는 걸 방치한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구현주 변호사는 지난 14일 금감원 발표도 문제삼았다. 구 변호사는 "금감원 발표는 무역금융펀드는 계약 취소까지 가능한 우선적 분쟁조정 대상인 반면 나머지 모펀드(플루토·테티스 등) 상품들은 거기에 이르지는 못하는 일반적 불완전 판매 대상인 것처럼 기술했다"며 "다른 펀드의 사기취소 가능성도 큰데 이 부분이 축소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금감원 발표에) 금감원의 역할에 대한 부족한 점이나 잘못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는 데 대해 투자자들이 금감원에 굉장한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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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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