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학교 건물 출입금지···엄마는 아들 졸업식도 못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서울의 한 고교 졸업식. 방문객들이 건물 밖에서 졸업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병준 기자

7일 서울의 한 고교 졸업식. 방문객들이 건물 밖에서 졸업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병준 기자


”졸업식 참관 오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안으로는 못 들어가세요“
”밖에서 기다려야 돼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은 고등학교 졸업식 풍경도 바꿔놨다. 7일 오전 10시 무렵 서울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이 시작된 시간이지만 학교 정문 앞에는 수십 명의 학부모가 마스크를 쓰고 꽃다발을 든 채 서성였다.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도 마스크를 낀 채 가족이며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교실로 뛰어갔다. 정문 앞에서는 방문객에게, 교실 앞에서는 졸업 학생들에게 마스크가 배부됐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졸업식은 화상(畫像)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강당 대신 3학년 각 반 교실에 앉아 졸업을 맞았다.

7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의 한 고등학교 앞. 이병준 기자

7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의 한 고등학교 앞. 이병준 기자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로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됐다. 기자도 마스크를 쓰고 졸업식 현장을 찾았지만 건물 내부 출입은 허가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졸업식이 끝나면 교실 건물 밖 교정에서 자유롭게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방문객들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아들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온 김선미(50)씨는 ”(신종코로나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졸업식이 이렇게 치러지니 서운하다“며 ”아이들이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교실에서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모습을 복도에서라도 보고 싶었다. 전 국민 보건을 위한 차원의 결정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연인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A씨(21)도 ”졸업식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바깥에서 계속 기다려야 해 불편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주차장엔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이병준 기자

이날 학교 주차장엔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이병준 기자

졸업식 취소·연기에 화훼 시장 울상

교직원과 상인들에 따르면 졸업식을 찾은 방문객 수는 작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학교 관계자는 ”평소 졸업식보다 학교를 찾은 학부모 수가 크게 줄었다“며 ”작년 같으면 학부모 차량을 주차장에 다 못 댈 정도였지만 오늘은 차량이 20대 정도밖에 안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교 앞에서 꽃다발을 파는 조모(63)씨도 ”보통은 (하루에 꽃다발을) 40~50개 정도 파는데, 오늘은 10개 정도만 팔렸다“면서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학부모를 못 오게 한다는데 이 학교는 그나마 나은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식이 축소·연기되며 화훼 시장에 타격이 오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농원을 운영하며 꽃을 판매하는 양재흥(60)씨는 ”요즘이 꽃 장사 시즌인데도 예년 판매량의 3분의 1 정도다. 메르스 때를 다시 보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졸업식 참석) 자제 요청을 하니 어쩔 수 없이 꽃을 팔거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관련기사

이날 졸업식을 한 서울의 다른 고등학교 관계자 역시 “(졸업식은) 교실에서만 진행했다. 졸업생 말고는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안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졸업식을 한 전국 각지의 다른 고등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졸업식 축소 및 취소 공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최근 전국 시ㆍ도 교육청은 일선 중ㆍ고등학교에 "졸업식이나 종업식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권고한 상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