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7호선 편의점 따내고도 우울한 GS25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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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1위 등극한 GS25, 7호선도 낙찰

국내서 가장 많은 편의점을 확보하며 업계 1위로 부상한 GS25가 연 초 다시 한 번 대규모 편의점 매장 확보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지하철 7호선 편의점 브랜드 전문점 임대차 입찰에서 GS리테일을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GS리테일은 고속터미널·건대입구·군자역 등 7호선 지하철역 40개 매장 향후 5~10년 동안 편의점 운영권을 확보했다. 5년 임대 후 GS리테일이 원할 경우 1년 단위로 최대 5년까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하지만 GS25 내부 분위기는 그닥 좋지 않다. 비싸게 낙찰 받았지만, 지하철 상권을 독점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7호선 편의점 사업 낙찰가는 275억2700만원이다. 최저입찰가(211억7500억원)보다 30%(64억원) 정도 비싼 금액이다.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 입점한 편의점 GS25. 문희철 기자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 입점한 편의점 GS25. 문희철 기자

이에 따라 GS25는 매장당 연평균 1억3800만원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 매장 매출의 20% 이상(지난해 GS25 평균 매출 6억7000만원 기준) 임대료로 내는 셈이다.

GS리테일이 7호선 편의점 임대차 사업에 입찰한 금액은 275억2738만5600원이었다. [온비드 캡쳐]

GS리테일이 7호선 편의점 임대차 사업에 입찰한 금액은 275억2738만5600원이었다. [온비드 캡쳐]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당초 CU가 이번 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낼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달 GS25에게 내준 업계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공격적으로 입찰에 임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일보 12월 18일 경제5면

하지만 예상과 달리 CU는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린 이마트24도 응찰하지 않았다. 또 세븐일레븐은 지하철 7호선 매장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최저 입찰가에 근접한 가격을 써냈다. 뚜껑을 열어보니 GS리테일이 높은 가격을 제안하지 않아도 매장을 따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GS리테일은 "기존 편의점 상가 운영 과정에서 철저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입찰가를 썼다"며 "적정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편의점 1위 자리를 두고 GS25와 CU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국내 편의점 1위 자리를 두고 GS25와 CU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경쟁업체들 불참에 高價 낙찰?

GS리테일이 지하철 7호선 편의점 브랜드 전문점 임대차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7호선 강남구청역 GS25 편의점. 문희철 기자.

GS리테일이 지하철 7호선 편의점 브랜드 전문점 임대차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7호선 강남구청역 GS25 편의점. 문희철 기자.

더 난감한 부분은 많은 돈을 썼는데도 독점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7호선 편의점 사업자는 지하철에서 편의점을 임대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였지만, 앞으로는 지하철 역사에서 다른 사업자와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교통공사가 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위 계약과 별개로 지하철 6·7호선 복합·문화상업공간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386개 지하철 유휴공간(1만6400㎡)에서 향후 5~10년 동안 임대차 사업권을 보유하고 소상공인 등에게 공간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서울교통공사는 복합·문화상업공간에 편의점 입점을 불허했다. 편의점이 입점하면 별도 계약으로 선정하는 7호선 편의점 임대차 업체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 복합·문화상업공간 사업자에겐 편의점 사업자에게도 이 공간을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 입찰에 보다 많은 기업이 참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6·7호선 복합·문화상업공간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문희철 기자.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6·7호선 복합·문화상업공간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문희철 기자.

만약 롯데그룹·신세계그룹이 복합·문화상업공간 사업자로 선정되면 GS리테일은 곤란해진다. 롯데그룹 편의점(세븐일레븐)이나 신세계그룹 편의점(이마트24)이 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자가 뽑히더라도 CU·미니스톱 등의 편의점 가맹본부나 임대 세입자가 편의점을 출점할 가능성도 있다. GS리테일 입장에선 275억원이나 쓰고 지하철 공간에서 다른 편의점 브랜드와 다시 경쟁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임대료 2.5배 더 내고 경쟁할 판

편의점 브랜드 전문점 임대료는 3.3㎡당 1270만원대지만, 복합·문화상업공간은 3.3㎡당 500만원대다. CU·세븐일레븐·이마트24가 지하철에 입점하면 GS25는 이들보다 임대료를 2.5배나 주면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복합·문화상업공간을 주로 소상공인에게 재임차한다는 점을 감안해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설명한다.

지하철 7호선 사업자가 바뀌면서 폐점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 입점한 매장. 문희철 기자.

지하철 7호선 사업자가 바뀌면서 폐점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 입점한 매장. 문희철 기자.

그렇다고 이 공간 사업자 모집에 GS리테일이 다시 뛰어드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지난해 임대료가 비싸서 스스로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복합·문화상업공간 사업자 입찰에 응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GS관계자는 "지하철은 일반 상권과는 달리 동선에 따라 이용하는 소비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만약 경쟁 편의점이 근처 지하철에 입점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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