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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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자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첫 성과가 지난해 말 발표됐다. 2018년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한 비율인 보장률은 63.8%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2017년보다는 1.1%포인트 올랐다. 의료비 중 환자 부담은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중증환자에게는 더 큰 효과가 나타났다. 백혈병·암 등 상위 30대 고액·중증질환 보장률은 처음 80%를 넘었다. 월 소득 수준의 두 배 이상 진료비 부담으로 빈곤에 빠질 수 있는 고액 환자는 2017년 65만8000명에서 2018년 57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서 정책이 빛을 발한 것이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장률은 2.4%포인트 하락했다. 주로 비급여 진료의 증가 때문으로 파악된다. 도수치료·영양주사 등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필수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적어 보장범위 밖에 남아있다. 비급여의 증가는 보장성 강화의 효과를 제한하기 때문에 비급여 관리는 여전히 남은 숙제다.

현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 대상을 의원급까지 확대하고 공개 항목도 현재 340개에서 56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분류를 표준화해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비급여 진료 전 환자에게 설명과 동의를 거치도록 해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보험사의 실손보험이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유발하는 문제도 관계 부처와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공사보험 협의체에서 과잉진료 억제를 위한 보험료 할인·할증 등 ‘실손보험 구조개편 계획’을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재·자동차보험 등까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의료보장 제도에서 발생하는 비급여가 국민 의료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런 만큼 전체를 포괄하는 비급여 관리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새해를 맞아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향한 발걸음에 부족함은 없는지 되돌아본다. 정부만 나아가는 걸음은 아니다.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적정한 관리를 위해선 의료계·보험업계·소비자단체·환자단체 등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활발한 소통을 통해 슬기롭게 진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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