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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내 항공산업이 신성장동력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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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수리온이 초도비행을 한 것이 2010년 3월이니 올해로 10년이 된다. 그 사이 최초 육군용 기동헬기를 기반으로 의무후송 전용헬기와 상륙기동헬기, 경찰·해경·소방·산림헬기 등 파생형이 개발됐다. 현재 국내에서 100여 대가 운용되고 있다.

중간에 마린온이 추락하는 뼈아픈 사고도 있었다. 이것은 근본 설계 결함이 아니라 에어버스 납품업체의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원인임이 드러났다. 이런저런 설계 개선이 이뤄져 일선에서는 성능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외국산 대비 후속 지원이 원활해 임무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가 들린다. 우리처럼 헬기를 자체 개발해 성공적으로 쓰고 있는 나라는 열 개 안팎이다. 우리의 항공기술이 일정 수준까지 올랐음을 볼 수 있다.

항공기는 기본형상을 만든 이후 초기 운영을 통해 그 설계가 안정적인지 검증한다. 그러면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 그로 인해 성능과 안정성이 개선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

이런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려면 적은 물량이라도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 어느 나라도 내수시장만으로는 개발비를 회수하고 다음 단계의 기체를 개발할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수리온의 다음 단계도 수출이다.

항공기는 공공재 성격의 재화다. 화장품·전자제품·자동차 등을 판매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유럽 등 항공산업 선진국도 자국 항공산업의 육성과 보호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실정이다. 자국 내 운용 실적을 기반으로 수출 산업화에 성공하는 선순환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민·관·군의 단합된 노력과 적절한 정부 정책이 결합돼야 한다.

정부는 군·관용 수요의 경우 국산 제품의 도입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특히 기존의 노후 기종을 대체할 때는 임무에 지장이 없는 한 국산 헬기로 교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 통해 저율이라도 판매와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업체 또한 전적으로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경영 효율의 개선과 투자 확대를 통해 지속적 성장에 필요한 재원과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이 도사린 길을 가겠지만 선진 경제로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길이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도전하지 않은 사람이다. 관련 업계와 정부가 항공산업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중 하나로 키우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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