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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터질라, 납작 엎드린 GAFA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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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호 01면

무역 전쟁 방아쇠 디지털세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가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digital tax)를 도입하자 미국의 공룡 ICT 기업이 ‘자진 납세’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ICT 기업은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돈을 번 곳’이 아닌 ‘법인이 소재한 곳’에만 세금을 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게 디지털세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일본 내 광고 계약을 일본 현지 법인을 통해 체결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일본 내 광고라도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에 세운 법인을 통해 계약해 일본에서의 세금을 줄여왔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방식으로 세금을 줄여왔지만 앞으로는 각 나라에 납세한다는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닷컴의 일본법인은 2018년 4분기에 약 150억엔(약 16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2014년에는 11억엔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일본 내 매출은 79억 달러에서 138억 달러로 늘었다. 아마존닷컴은 지난해 9월 영국이 디지털세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자 영국 내 납세 규모(2018년 2억2000만 파운드)를 자진해서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영국을 필두로 한 유럽연합(EU)이 불을 댕긴 디지털세는 최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 자체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만 이탈리아·체코·말레이시아가 디지털세 도입을 확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달 29~30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간 협의체 회의(IF·인클루시브 프레임워크)를 열고 디지털세 관련 최종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디지털세 도입과 관련해 구글·아마존 등이 몸을 낮추고 있지만 미국과 EU의 기싸움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세 전쟁이 무역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대부분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미국의 ICT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에 발끈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데 이어 추가로 와인 등 프랑스산 수입품 63개 품목에 최대 100%까지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복 과세나 이중 과세 문제, 미국과의 관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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