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총선 불출마 선언···"박근혜에 죄송하다" 눈물 흘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4선의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용인시병)이 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교안 대표 체제에 대한 여러 가지 비난과 비판이 많지만 황 대표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회견 도중 한 의원은 약 45초 동안 울먹였으며,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족을 언급할 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의원은 “한국당 4선 중진의원으로서 마땅히 그만둬야 할 시기에 그만둔다”며 “시간적으로 볼 때나 능력으로 볼 때나, 당의 사정으로 볼 때나 제일 중요한 이 나라의 사정으로 볼 때 불출마 선언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예산안이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통과 모습을 보면 군소정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대표들은 자기들의 열매를 따 먹기 위한 ‘실업(實業)’을 하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던 것은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한 소득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군소정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새기고 21대 국회를 준비하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저를 가장 사랑해줬고 격려해줬던, 제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가 있고 탄핵됐다는 인간적인 정 때문에 오늘 눈물을 흘린 것 같다”며 “탄핵에 반대했지만 막지 못한 것은 4선 중진의원으로서 잘못한 일이고, 개인적으로 그분께 용서를 빌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조친박’(친박근혜)이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저를 대변인 두 번이나 시켜준 분이다. 저는 그분을 존경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탄핵은 또 다른 문제다. 그것을 막아주지 못한 데 대해서 개인적으로 용서를 빌었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맡았던 17대 국회에서 대변인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전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뒷받침했다.

당 위기론에 황 대표 책임론이 대두되는 데 대해서는 “황교안이란 정치인이 10개월 동안 국민들에게 강한 야당 지도자상을 보여주진 못했을지 몰라도, 죽음을 각오한 단식과 투쟁으로 정치판에서 유일하게 진정성을 보여준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고 엄호했다.

한 의원은 또 “저에게는 딸이 둘이 있다. 늘 그들에게 아버지 직업이 미안했다.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고 가족에게 마음을 전했다.

한국당에서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김도읍(재선), 여상규(3선), 한선교(4선) 의원 등 이날까지 3명이다. 앞서 당 쇄신 등을 요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김세연·김영우·김성찬·윤상직·유민봉 의원 등까지 총 9명의 한국당 현역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