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이란 첫 해군 합동훈련 기간에…美,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 첫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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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와 시리아 시아파 민병대(카다이브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다.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아파란 수니파와 함께 이슬람교의 2대 종파 중 하나다.

폼페이오·에스퍼 29일 합동 브리핑 #지난 27일 미국인 사망에 대한 보복 #“자국민 위협 행위 용납 안해” #전투기로 공중 공습, 12명 사망 추정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란 지원 민병대에 대한 공격을 공식 발표했다.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오늘 우리가 한 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동안 한 말을 분명히 하는 단호한 대응을 한 것”이라면서 “이란과 이슬람 공화국이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동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오른쪽)이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을 발표하는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옆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다.[AP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오른쪽)이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미군의 공습을 발표하는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옆에서 브리핑을 듣고 있다.[AP 연합뉴스]

이번 공격은 지난 27일 발생한 이라크 군기지 로켓포 공격에 대한 보복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공습에선 로켓 30발이 발사돼 미국 민간인 한 명이 숨지고, 미군 4명이 다쳤다. 미국은 이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공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국방부는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관련된 5개 표적을 상대로 F-15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공격 대상은 이라크 서부지역 3곳, 시리아 동부지역 2곳으로,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지휘 통제시설이나 무기저장소가 있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에스퍼 국방장관은 합동 브리핑에 앞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군의 친이란 민병대 공격 상황을 보고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병대나 이란의 더 이상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 시아파 민병대 군사시설 공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군, 시아파 민병대 군사시설 공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번 공격은 이란·중국·러시아 3국이 처음으로 함께 해상 훈련을 하는 기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란·중국·러시아는 지난 27일부터 나흘간 중동산 원유를 수송하는 통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사상 첫 합동 해상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호르무즈해협 부근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5~6월), 이란군의 미국 무인 정찰기 격추(6월) 등 이란이 배후로 지목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미국은 경고나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친이란 민병대 공습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실행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AP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번 미군의 공격으로 최소 1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최소 2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미국의 이번 공격에 반격할 경우,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세력 다툼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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