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국 노동 쟁의 100건 할 때, 미국은 13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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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진행된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대전역 내부에 열차 운행 중지 안내판이 붙었다. [중앙포토]

지난달 24일 진행된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대전역 내부에 열차 운행 중지 안내판이 붙었다. [중앙포토]

#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임금 인상과 안전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면서 지난달 20일부터 5일간 파업을 벌였다. KTX 운행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경고성 파업은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고, 노조는 파업을 자진 철회했다.

국내 파업 발생 건수가 노동조합이 발달한 영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한국・미국・영국・일본 4개국의 노사관계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노조원 1만 명당 쟁의 발생 건수는 한국 0.56건, 미국 0.01건, 영국 0.18건, 일본 0.04건으로 한국이 가장 많았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노동조합이 발달한 영국과 비교해 한국은 3배 이상 많았다. 미국과 비교하면 61.2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기간 국가별 쟁의 발생 건수는 한국 100.8건, 미국 13.6건, 영국 120.1건, 일본 38.5건으로 한국이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임근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 단위는 천일이다. [자료 한경연]

임근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 단위는 천일이다. [자료 한경연]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의 노동손실 일수는 조사 대상 국가와 비교해 많았다. 조사 대상 10년간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 일수는 한국은 4만2327일로 계산됐다. 이어 영국 2만3360일, 미국 6036일, 일본 245일 순이었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으로 발생한 조업 손실을 근로일수로 환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손실일수가 클 경우 파업의 강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쟁의 수준을 국가별로 비교하기 위해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를 계산한다.

근로자 1000명당 노동손실일수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은 3만3300일(2007년)에서 4만3200일(2017년)로 9900일이 증가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 다른 국가는 같은 기간 모두 감소했다. 특히 영국은 4만1200일(2007년)에서 1만200일(2017년)로 3만1000일이 줄었다. 조사 기간 중 쟁의참가자 수는 한국 10.6만명, 미국 7.6만명, 영국 43.2만명, 일본 0.7만명으로 한국이 조사대상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한경연은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가 노사관계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노사협력 평가에서 지난 10년간 한국은 평균 123위에 그쳤다. 이는 미국(30위), 영국(24위), 일본(7위)과 비교해 낮은 순위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한국의 경우 파업에 따른 노동손실일수가 미국, 영국, 일본보다 높아 국내 노사협력 수준이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거나 직장 점거를 금지하는 등 노사가 동등하게 협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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