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관련해 29일 “(검찰 조사를 받은)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중계방송되는 듯한 현 상황은 분명하게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강효상 “유재수 처리 때 대통령 보고됐나”에 #노영민 “추측으로 말하지 말라”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만이 알고 있는 수사내용, 박 비서관 진술내용이 실시간 보도되고 야당이 대여 공세에 활용하는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부적절한 의도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에도 여권이 문제삼은 피의사실공표를 들어 검찰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해석됐다.
노 실장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선 “유 전 부시장이 ‘재인이 형’이라고 부른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 전 민정수석이 감찰 처리 과정에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그 정도 사안을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시작해 오후 1시 10분께 산회할 때까지 2시간 반 동안 열린 운영위는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과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두고 청와대·여당과 야당이 강하게 충돌했다.
#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①‘하명 수사’인가=노 실장은 “야당의 하명 수사 의혹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김영호 의원 주장에 “야당으로선 정치적 입장에서 하시는 것 아닌가”라며 “민정수석실이 첩보를 이첩하기 전에 이미 경찰에서 (김 전 시장을) 수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에 대한 비리의혹 첩보보고서와 관련해 노 실장은 “비리 첩보는 당연히 신빙성 판단 이후 (청와대의) 조사대상자인 경우 조사 이후에, 아닌 경우 그대로 관계 기관에 이첩했다”면서 “당연히 청와대의 의무다. 그대로 이첩을 안 했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첩보 문서 원본의 소재에 대해선 “현재 검찰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노 실장은 이 과정에서 ‘첩보보고서’를 ‘제보’라는 용어로 정정하기도 했다.
▶정점식 한국당 의원=“첩보보고서가 이첩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노 실장=“네.”
▶정 의원=“첩보보고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신 것으로 봐서 김 전 시장 관련 문건이 민정수석실 행정관에 의해서 작성된 것인 모양이다?”
▶노 실장=“아니다.”
▶정 의원=“그런데 왜 첩보보고서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가?”
▶노 실장=“첩보가 들어온 것에 대해서 흔히 우리가 그렇게 얘기를 한다.”
▶정 의원=“그러면 첩보보고서가 아니다. 통상적으로 행정기관,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것은 피해자 또는 사건관계자의 진정서 형식이든, 아니면 제3자의 제보형식이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그건 제보라는 용어, 진정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첩보보고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노 실장=“그러면 제가 말을 제보라고 바꾸겠다.”
노 실장은 “반부패비서관실에 제보를 이관할 때 정식 절차를 밟았느냐”는 정 의원 질의에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정 의원이 “그러면 관계자끼리 내밀하게 첩보가 주고받아졌다는 것”이라며 부적절성을 지적하자 노 실장은 “대부분 그런 절차를 밟는다”고 주장했다.
노 실장은 또“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불법 감찰을 하느냐”는 이만희 한국당 의원 지적에 대해서도 “김 전 울산시장에 대해 감찰한 적이 없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울산에 간 것은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다투는 것에 대해 부처간 불협화음을 어떻게 해소할 수 없을까 해서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②9번의 경찰보고 왜 받았나=노 실장은 청와대→경찰청→울산지방경찰청으로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가 이첩된 후 청와대가 9차례 걸쳐 경찰로부터 수사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노 실장은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랐다”며 “압수수색 전 ‘이첩된 것에 대해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한번 보고를 받았고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20분 전에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③백원우와 엇갈린 해명=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전날 입장문에서 “기억나지 않을 정도”란 표현을 쓰며 “그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거나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통상적인 반부패 의심사안”으로 “단순이첩한 것 이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조차 없다”며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 조차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 실장의 이날 발언은 그러나 백 전 비서관과 거리가 있었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대해 보고 받았다”는 입장이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당시 야당에서 선거개입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청와대가 계속 보고받으면 나중에 알려질 때 지금과 같은 논란이 될 거란 생각 못 했나.”
▶노 실장=“내용 파악하는 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 의원=“정치가 독립적 수사에 개입하는 거다. 이 정부는 선한 권력이라며 (과거 정부와)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가.”
▶노 실장=“국정을 운영하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파악조차 못 하면, 국회 같은데서 의원의 질문에 답변도 못 하고 하면 민망스러운 상황이 생긴다.”
노 실장은 또 “대부분 지방선거 이후에 보고받았다. 압수수색 전 한번 보고받은 내용에 그렇게 민감한 건 없었다”고 주장했다.
④‘백원우 별동대’ 있었나=문재인 정부 1기 특감반이 1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9명은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이었고, 6명은 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전담했다고 한다. 백원우 전 비서관이 특감반 6명 중 2명에게 '특별업무'를 따로 부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해 노 실장은 “그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부인했다. 노 실장은 “민정비서관실에 별동대라고 얘기하는 2명의 특감반원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대통령 친인척과 대통령과의 특수관계인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실 소속의 감찰반원들”이라고 했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①감찰 무마 있었나=노 실장은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노 실장은 “이 사건을 보면 (비리 혐의가 있는) 이런 사람(유 전 부시장)에 대해 특별감찰도 중단시키고 금융위 징계도 막고 거기다 민주당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으로 승진까지 시켰다.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질의에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조사한 이후 일정 정도 문제점을 확인하고 인사조치하는 수준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②대통령도 알았나=한국당은 유 전 부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친분 관계를 들어 처리 과정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캐물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 할 정도로 가깝다고 한다. 조국 전 민정수석도 유재수와 문 대통령이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조 전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가서 ‘유재수라는 사람이 이런 비리가 있는데 경미하니까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이렇게 보고는 했을 것 같다. 사실인가?”
▶노영민 실장=“대통령님과 관련된 그런 발언을 추측에 근거해서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강 의원=“언론 보도에 난 거다.”
▶노 실장=“박형철 비서관의 검찰 진술에 대해 저희들은 확인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다. 사실 여부조차 알지 못한다.”
▶강 의원=“대통령이 알고 있는 고위 공무원에 대해 비위(보고)가 올라왔고 그렇게 경미하게 결정을 했을 때는 대통령께 ‘이런 사안 있는데 저희가 이렇게 처리했다’고 보고는 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이 말이다.”
▶노 실장=“그 정도 사안을 보고하진 않는다.”
③청와대 대응상황은=노 실장은 또 “김기현 전 시장 건이랑 유재수 건에 대해 청와대 직무감찰을 했느냐”는 곽상도 한국당 의원 물음에 “내부적으로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 보고 여부에 대해선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 =“문 대통령에게 일체 보고 안 드렸나.”
▶노 실장=“그렇다. 어제 저녁까지 외교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보내셨고 오늘 하루 연가를 내신 상태다.”
▶곽 의원=“청와대 내부가 범죄혐의에 연루됐다는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대통령께서 상황파악도 안 하시고 휴가 갈 정도로 한가한가?”
▶노 실장=(※목소리를 높이며)“청와대 내부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게 무슨 말씀인가?”
▶곽 의원=“박형철 비서관은 청와대 내부 인물 아닌가?”
▶노 실장=“물론 내부 인물이지만 그 분이 현재 범죄자인가. 저는 박 비서관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곽 의원=“말꼬리 잡지 말고 답변하라.”
유성운·김경희·하준호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