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아세안 정상회의, 외교 무역 다변화로 이어나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10개국 정상·대표들은 ‘평화 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 성명’을 채택하고 ▶평화로운 지역 구축 ▶경제 동반자 관계 강화 ▶연계성 심화 ▶지속가능성 및 환경 협력 확대 ▶사회·문화 파트너십 강화를 다짐했다. 한국 정부는 실질적인 협력 방안으로 ▶비자제도 간소화 ▶한·아세안 스타트업 파트너십 구축 ▶아세안 국가들과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등을 제시했다.

중국 무역 편중도 덜어줄 유일대안 #마음 사는 외교로 전방위 협력해야

아세안 10개국이 무역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연평균 5%의 성장률과 인구 6억5000만 명, 남한의 45배 면적이 말해 주듯, 앞으로의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다. 지난 30년간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은 20배, 투자는 70배, 인적 교류는 40배 이상 크게 늘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과의 전략적 협력과 유대를 ‘4강 외교’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천명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로 평가된다.

특히 아세안은 중국과 미국·일본에 편중된 한국의 교역 다변화를 위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다.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지만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25% 가까이 이르는 등 지역적 편향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의 미·중 무역 전쟁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계 관련 보복, 중국의 성장률 둔화, 일본의 부품·소재 수출규제 조치 등의 대외 변수에 취약한 모습도 노출됐다. 최근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는 경제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상에서 보듯,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는 아세안에서 찾아야만 한다. 정부도 이번 회의를 계기로 지금까지 추진해 오던 정책을 업그레이드한 ‘신남방정책 2.0’으로 확대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과의 협력은 경제협력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 협력을 통한 우리 외교 영역의 다변화로 확대돼 나가야 한다. 자본·기술과 자원·노동력을 주고 받는 윈·윈(win-win)이 당면 과제지만, 그 바탕에는 아세안 국가들의 마음을 사는 외교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중요한 외교 자산이다. 또한 동남아 지역을 주요 무대로 펼쳐지는 미·중 간의 전략 경쟁, 즉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사이에서 한국의 신남방 정책이 펼쳐질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나온 약속과 제언들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이행하는 데에 전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