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관변 단체’ 자초한 참여연대 ‘전관예우’ 멈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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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대표 시민단체로 불렸던 참여연대가 1994년 설립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관변(官邊) 시민단체로 전락했다”는 내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조혜경 실행위원은 최근 인터넷 회원 게시판에 “‘조국 사태’를 통해 참여연대는 25년 역사에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경제금융센터 소장이자 참여연대 공동 집행위원장이었던 김경율 회계사는 “조국 장관과 관련된 사모펀드는 권력형 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한 지도부와 반대로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의 비판 요지는 “시민단체의 사명인 권력 감시를 참여연대 출신 공직자에게는 하지 않았다”는 반성이다. 조 전 위원은 이를 ‘참여연대 방식의 전관예우’라고 일갈했다.

참여연대 내부 불만이 곪아 터지기 이전부터 정부와 정치권의 참여연대 편중 인사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로 이어진 역대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고, 조국 전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영향력 있는 정·관계 인사가 참여연대를 간판으로 달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까지 더하면 ‘참여연대 마피아’ ‘한국 최고 대학은 참여연대(大)’라는 비유가 설득력 있다.

상식의 선을 넘은 편중은 민주주의의 핵심 작동 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역대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비판의 날을 세웠던 시민단체가 국가적 갈등을 폭발시킨 조국 사태에 얌전한 고양이가 되게 하는 ‘역대급 내로남불’이 자행됐다. 조 전 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중심을 잡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참여연대는 권력 감시가 아닌 권력 잡기로 빠진 탈선을 당장 멈춰야 한다. “명실상부한 나라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국가권력이 발동되는 과정을 엄정히 감시하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는 창립선언문의 정신을 더는 훼손하지 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