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체크카드 쓴다”…인천 e음카드 캐시백 축소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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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카드. [뉴스1]

이음카드. [뉴스1]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민모(30)씨는 최근 인천 이음카드(e음카드) 캐시백 내역을 보고 당황했다. 지난 28일 이음카드로 지난달보다 더 많은 금액을 결제했는데도 캐시백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와서다. 민씨는 “이음카드로 헬스장을 결제해왔는데 혜택이 대폭 줄은 것을 체감하니 계속 써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라고 털어놓았다. 정모(57·인천시 서구)씨도 “캐시백 때문에 이음카드를 써왔는데, 혜택을 줄이면 다시 신용카드를 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천시가 지역화폐 이음카드의 캐시백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는 군·구에 상관없이 지난 22일부터 이달 말까지는 월 100만원까지 결제액의 3%를, 올해 11월과 12월에는 월 30만원까지 결제액의 3%를 각각 캐시백으로 지급하겠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내년 캐시백 요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캐시백은 최대 9000원이 된다. 인천시는 이음카드 가입자가 89만명에 이르고 누적 결제액이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등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캐시백 요율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천시가 재정적 부담을 느껴 캐시백 요율을 낮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음카드는 국비와 지방비로 캐시백 예산을 충당한다. 인천시 일자리경제본부에 따르면 이음카드 캐시백 예산은 국비 260억원, 시비 468억을 합쳐 728억원이다. 인천시 한해 재정 규모(약 11조원)의 0.7%다. 지난 15일 인천시 국정감사에서도 “이음카드의 높은 캐시백 혜택이 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사업 아니냐”는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인천이음카드의 가입자 수, 충전액, 결제액은 지난 5월부터 크게 늘었다. [자료 인천시]

인천이음카드의 가입자 수, 충전액, 결제액은 지난 5월부터 크게 늘었다. [자료 인천시]

지역순환형 경제를 위해 도입된 이음카드는 지난 5월부터 높은 캐시백 혜택 등으로 인해 이용자가 대폭 늘었다. 그러나 ‘자치구별로 캐시백 혜택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캐시백 혜택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부유층에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처음부터 높은 혜택을 주고 재정 부족으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은 경제주체의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역 화폐 도입·시행 관련해서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체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조율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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