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연동형·물갈이론…떠오른 한국·바른미래 통합의 3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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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정국과 장외집회, 국정감사(24일) 등이 마무리되고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 통합론'이 정치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 양측은 물밑 대화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걸림돌이 남아 있어 양측의 갈지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탄핵의 강 어찌 건너나=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과거 새누리당 분당에 대한 책임론은 통합의 1차적인 걸림돌이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를 맡고 있는 유 의원은 지난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보수통합의 이른바 3대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 노선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기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탄핵에 대한 입장차를 접어두자는 의미다. 탄핵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16일에서도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 일부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 발언 직후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탄핵과 분당의 책임이 탄핵을 찬성하고 탈당한 이들에게 있다"는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의 인식 때문이다. 다만 "탄핵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고 묻기 시작하면 끝없는 싸움이 된다. 탄핵은 우리 모두가 함께 실패한 아픈 과거라고 공통된 인식을 갖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 아니겠냐"(초선 의원)이란 견해도 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변혁' 의원 비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변혁' 의원 비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연동형 비례대표제 변수=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 가능성도 변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될 경우 통합하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 보수진영 내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어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는 군소정당이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통념이다. 중앙선관위가 최근 총선에서의 각 당 득표율을 대입했더니 1·2당의 의석수는 줄고, 군소정당의 의석수가 늘더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었다. 한국당은 이 같은 제도 아래서 범여권이 '선거 분업' 체계로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지역구, 정의당이 비례대표를 석권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 지도부 내에서도 “선거법이 통과되면 통합보다 비례대표 의석을 끌어올 수 있는 비례대표용 '위성(衛星) 정당'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온다. 변혁 측 역시 선거법이 개정될 경우, 개혁보수정당을 표방하면서 독자 생존하는 게 정체성이나 득표율 면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자유한국당 공천혁신소위원회가 지난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선동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완수 의원, 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선동 위원장. 왼쪽은 박민식 전 의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공천혁신소위원회가 지난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선동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완수 의원, 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선동 위원장. 왼쪽은 박민식 전 의원. [연합뉴스]


③보수 물갈이론=공천 물갈이론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보수통합은 적어도 공천·당혁신 이뤄지기 전에 통합이 완료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통합된 이들도 제로베이스에서 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이유다. 문제는 그럴 경우 공천 룰도 협의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변혁 측 일각에선 "국민여론조사 등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공천 방식이어야 수용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물갈이론'까지 힘을 얻을 경우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코퍼레이션’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수도권 거주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응답률은 11.2%.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내년 4월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 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게 좋으냐,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으냐’는 질문에 대해 보수 지지층에서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의견이 68%로 나왔다. 현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의견은 15%에 불과했다. 이는 여당 지지층의 45%(다른 사람) vs 40%(현 의원)과는 큰 차이다.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29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현역 의원 교체 여론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44.1%)이었다. 한국당 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결국 당 혁신은 공천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총선 공천에서 인적쇄신은 필수"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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