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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상장·스펙 ‘위조’ 의혹도…내일 청문회 준엄한 추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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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이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재직 중인 동양대로부터 총장 표창장을 받았다는 보도 직후 해당 대학의 총장은 “결재한 적도, 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자기 딸을 자신이 장(長)으로 있는 대학 영어영재센터의 인턴으로 스펙쌓기해 준 것도 파렴치하지만, 문제는 이 활동을 근거로 딸에게 총장표창장까지 얹어 주면서 시작됐다. 대학 측은 검찰이 갖고 온 조후보자 딸의 표창장이 학교 상장의 일련번호, 양식과도 다른 것이었다고 검찰측에 밝혔다. 조후보자의 딸은 이 표창장을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지원 때 제출 서류에 기재했다. 만일 이 상이 부인 등 조국 후보자측에 의해 위조된 것이라면 이는 사문서 위조와 공무집행방해라는 중범죄다. 그간 조 후보자의 단골 대응수법이던 “죄송하지만 불법은 아니었다”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청문회 위증은 그 자체 처벌 대상 #검찰 수사 규명 전 장관 임명 안 돼 #조국 자진사퇴가 모두에게 최선

조 후보자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증명서도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은 의학전문대학원에 응시하면서 KIST 인턴 증명서를 주요 실적으로 제출했다. KIST측은 “조 후보자 딸은 3주가 아닌 딱 이틀만 인턴으로 있었다”면서 “정식으로 인턴을 이수하지 못한 만큼 연수 증명서를 떼준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어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받은 건 사실이고, KIST 인턴증명서도 있다”고만 주장했다. 언론과 야당의 계속된 의혹 제기에 사실과 다른 말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그에 맞춰 달라지는 인지부조화 상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저런 상태에서 굳이 법무장관을 하겠다는 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납득이 안 된다”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말에 다수가 동의할 듯싶다.

국민들은 어제 여야가 합의한 6일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제발 진실을 고백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일 셀프 간담회처럼 “나는 모르는 일”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등의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더 이상 국민들을 기망해서는 안 된다. 선서를 한 뒤 이뤄지는 청문회에서의 발언은 거짓이 있을 경우 국회법 위반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된다. 정유라 부정입시 청문회 당시 숱한 인사들이 위증으로 가중처벌을 받았다.

청문회와 관계없이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통해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이 같은 소모적 논란이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기를 기대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검찰도 조만간 조 후보자 부인과 딸을 문서 위조 혐의로 소환조사한다고 하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이 과정에 조 후보자의 인지 여부는 중요한 수사의 포인트다. 특히 조 후보자 가족들이 가입한 사모펀드가 박원순 서울시의 공공와이파이 사업, 여권 중진의원과의 관련성이 드러나는 등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서둘러 임명하는 것은 국민은 물론 정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온 가족이 검찰 수사의 피의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법 집행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조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후보자직에서 사퇴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검찰 수사에 응하는 게 모두에게 최선의 길이다. 검찰의 인사와 예산, 수사지휘권까지 가진 법무부 장관 자리는 조 후보자 같은 삶을 살아온 인물에겐 영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