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미사일, 미군 MD체계 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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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신형 미사일과 관련해 미국 정보당국이 지역 미군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압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국군 당국이 “PAC-2(패트리엇)로 충분히 요격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미 당국 결론…정경두는 “요격 가능”

뉴욕타임스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아주 일반적인(very standard) 미사일을 시험했다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미 정보기관과 외부 전문가들은 크게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며 “긴 사거리와 회피 기동 능력은 이 지역의 미군 방어를 압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최소 18발(9차례) 시험 발사에서 최소 3종의 신형 미사일을 시험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과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육군 전술지대지미사일), 초대구경 방사포를 의미한다. 이들은 모두 고체 연료 미사일로 산악 지형에 은폐하기 쉽고,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국이 대응하기 전에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 미사일 예측 힘든 저고도 궤적 … 요격 어렵다”

이들 신형 미사일이 근거리 저고도용 패트리엇과 고고도 방어체계 사드의 허점을 노린 것이란 뜻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시험한 초대구경 방사포(고도 100㎞)를 제외하곤 나머지 8차례 발사의 정점 고도가 25~60㎞ 사이로 중저고도로 비행하는 특성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가장 최근 시험에서 불규칙한 궤적은 일본에 배치된 육상 및 해상 방어 체계를 격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란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이 보유한 육상 패트리엇과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방어체계(SM-2, SM-3)로도 요격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지스 방어체계도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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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북한 단거리 미사일의 성능 향상은 한국과 일본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최대 사거리 430마일(690㎞) 이내에 주일미군 2개 기지를 포함한 최소 8개 기지와 3만 명의 미군 병력을 위협하는 것이라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신형 단거리 미사일들이 재래식 탄두 또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도 덧붙였다.

신문은 별도로 국방정보국(DIA)이 올해 여름 한정된 미 정부 관리들에게 배포한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약 12개의 핵탄두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핵연료(물질)를 생산했다고 추산했다”고 전했다. 다른 정보기관은 “그보다 작은 다소 보수적인 수치를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한 무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의 허점을 아주 뛰어나게 활용하고 있다”며 “신형 미사일들은 이동식으로 발사되고 빠른 비행속도와 저고도 비행, 회피 기동 능력을 갖춰 미사일 방어에는 악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기술이 장거리 미사일로 이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도 했다.

반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말 국방연구원 주최 행사에서 “북한 미사일이 저고도에서 풀업 기동을 해서 요격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우리 방어자산의 요격성능 범위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 결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한국군 역시 북한 미사일 능력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미 국방부는 미 정보당국의 평가 결론에 대한 중앙일보의 확인 요청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지 않았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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