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북 불량행동” 이용호 “유엔 불참”…북·미 협상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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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9월 말 열리는 유엔총회에 불참한다. 유엔 고위 소식통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북한이 이 외무상의 유엔총회 불참을 통보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9월 말 뉴욕에서 북·미 간 고위급 접촉 성사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오는 24일 시작되는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자에 장관급이 연설한다고 알렸다가 지난주 대사급으로 교체를 통보했다. 북한의 연설 일정도 지난달 28일에서 30일로 늦춰졌다.

최선희 “모든 것 재검토 상황” 반발 #북한, 체제보장·제재완화 배수진 #미국 “북한서 소식 듣는 즉시 협상”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 압박

최선희. [연합뉴스]

최선희.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앞서 지난달 27일 “북한의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좌시할 수 없다”고 했고, 이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31일 담화를 내 “폼페이오의 발언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라며 “지금까지 모든 조치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위협했다. 여기에 이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불참하며 북·미 간 힘싸움이 노골화하고 있다. 이용호의 유엔총회 불참은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로 폼페이오와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다.

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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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을 위협하고 압박하는 건 이번엔 미국과 주고받을 ‘거래’를 확실히 한 다음 미국 측을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실무협상 전부터 강공에 나선 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회담의 ‘노 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외무성 기류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용호의 유엔총회 불참도 실무협상에서 담판을 짓거나 3차 정상회담으로 직행하려는 배수진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미 협상 상황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동결 및 신고·검증 문제까지 양측이 비핵화 조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북·미가 실무협상에 앞서 사전접촉을 지속하며 비핵화 조치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 미국은 영변 핵시설 목록 신고와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 반면 북한은 상응하는 체제안전 보장, 제재완화 조치를 강하게 주장해 이견이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EPA=연합뉴스]

폼페이오. [EPA=연합뉴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치적으로 삼고 있는데 내년 대선을 위해 또 다른 치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핵 동결 비핵화 조치에서 북한이 양보하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어림없다는 메시지로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수는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여부다. 이 인사는 “최선희가 담화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 재검토’라고 맞받았는데 이는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한 만큼 북한이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최선희의 성명에 “북한 상대방으로부터 소식을 듣는 즉시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을 북한에 넘겼다.

◆왕이 2~4일 방북, 김정은 만날 가능성=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 북·중 수교 70주년(10월 6일) 양국 행사 논의 목적이 크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중국의 촉진 역할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왕 국무위원은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할 예정이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할 수 있으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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