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포기 이어 웅동학원·펀드 환원…조국 일가의 ‘장남 구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내와 자식 명의의 펀드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웅동학원에서 후보자 가족 모두가 모든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의 동생 역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한 웅동학원의 채권 모두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 가족 모두가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밤잠 이루지 못해…웅동학원 내놓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모펀드와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사모펀드와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돕고 있는 법무부 청문회 준비단은 이날 오후 2시쯤 후보자의 입장 발표 소식을 긴급하게 알렸다. 입장문 발표를 30분 앞둔 시점이었다. 조 후보자가 출근길 이외에 취재진을 불러 모아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후보자는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송구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저와 제 가족은 사회로부터 과분한 혜택과 사랑을 받아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몸을 낮추는 겸손함이 부족한 채 살아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가지의 약속도 전했다. 조 후보자는 우선 아내와 자식 명의의 펀드를 공익법인 등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며 "신속히 법과 정관에 따른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이사장을 맡는 웅동학원에서 후보자 가족 모두가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 후보자는 "웅동학원 이사장인 어머니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웅동학원이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웅동중학교를 소유하고 있는 웅동학원은 1908년 설립된 계광학교가 전신이다. 사업가이던 조 후보자의 선친이 1985년 인수했다.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웅동학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한때 웅동학원 이사를 지냈던 조 후보자의 책임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고민"…정면돌파 승부수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 송봉근 기자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 송봉근 기자

조 후보자의 이날 입장 발표는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이 광범위하게 퍼지며 서울대와 고려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촛불 집회를 준비 중이다. 후보자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일대에선 사흘 전부터 보수단체의 집회도 열리고 있다. 조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며칠 전부터 계속 고민해왔던 문제"라며 "전날 발표하기로 확정했다가 일정이 밀려 이날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조 후보자 가족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조 후보자의 동생은 채무변제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소송' 및 '위장이혼'을 벌였다는 논란이 일자 20일 "웅동학원에 대한 채권 모두를 저와 제 가족 등이 기술신용보증에 부담하고 있는 채무를 변제하는데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기정·정진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