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에게 “개인적 만남?” 트윗…중국은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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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 군용 트럭과 장갑차들이 15일 홍콩과 10분 거리인 중국 선전만(灣)의 한 경기장 외곽에 집결해 있다. 선전만은 다리로 홍콩 북쪽의 신계(新界) 지역과 연결된다. AFP통신은 이날 수천 명 규모의 중국 병력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군용 트럭과 장갑차들이 15일 홍콩과 10분 거리인 중국 선전만(灣)의 한 경기장 외곽에 집결해 있다. 선전만은 다리로 홍콩 북쪽의 신계(新界) 지역과 연결된다. AFP통신은 이날 수천 명 규모의 중국 병력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사태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회동을 제안했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에 앞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깜짝 트위터 제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풀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ZERO doubt)”고 올렸다. 그러면서 맨 마지막에 “개인적 만남?(Personal meeting?)”이라고 덧붙였다. 장난스럽지만 일종의 비공식 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홍콩 사태 인도적 해결 주문하며 #6월 김정은 만날 때처럼 깜짝 제안 #중국 외교부 “내정에 속하는 일” #볼턴 “제2 천안문 되면 안 돼” 경고

트럼프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

트럼프(左), 시진핑(右). [뉴시스]

트럼프(左), 시진핑(右). [뉴시스]

그 전에 “나는 중국의 시 주석을 매우 잘 안다. 그는 국민의 존경을 매우 많이 받는 위대한 지도자”라며 “그는 또한 힘든 일(tough business)에서도 유능한 사람”이라고 시 주석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우존스 주가가 경제 불황 우려로 800포인트 급락하자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글들을 올린 뒤 홍콩 얘기를 꺼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자랑하며 먼저 올린 트윗 말미에서 “물론 중국은 (무역) 합의 타결을 원하지만, 중국이 먼저 홍콩부터 인도적으로 해결하도록 두자”고 했다. 무역 합의보다 홍콩 사태의 인도적 해결을 주문한 셈이다. 그런 다음 27분 뒤 추가로 트윗을 올려 시 주석과의 회동 제안을 내놨다.

전날 경기장 내부에 주차된 군용 차량들.[로이터=연합뉴스]

전날 경기장 내부에 주차된 군용 차량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개인적 만남?” 트윗은 두 달 전을 연상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밝혔다. 방한을 앞두고 일본에 머물던 6월 29일 “김 위원장이 이걸 본다면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런데 돌발성 트윗인 줄 알았던 ‘DMZ 악수’ 제안에 북한이 정색하고 응답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5시간15분 만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6월 30일 정말로 DMZ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고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린 지 32시간 만의 속전속결이었다.

당시 판문점 회동을 놓고 북·미 모두 ‘지도자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전격적 만남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노리고 시 주석에게 만남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홍콩 사태로 시 주석과 회동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과 관련해 “홍콩 사무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한다”며 사실상 부정의 뜻을 밝혔다.

화 대변인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으로 반드시 그들(중국)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건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말에 주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이 자신이 말한 대로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5일 경기장 외부에서 이동 중인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15일 경기장 외부에서 이동 중인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사태는 중국 내정에 속하는 문제로 중국이 알아서 해결할 터이니 이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필요는 없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화 대변인은 또 미·중 무역 문제와 관련해선 ‘평등’과 ‘상호 존중’의 입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 대변인은 이와 함께 “중국과 미국의 고위층 교류와 관련해 중·미 지도자는 줄곧 만남과 통화, 통신 등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홍콩 자치권 존중하는 해법을”

한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14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홍콩에서 제2의 천안문 사태를 일으킨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사람들이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정부의 탄압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자신들의 조치를 매우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모든 당사자가 폭력을 자제하고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홍콩 시민의 자유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해결책을 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유지혜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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