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뜬 나뭇잎 생각"···20분도 버틸수 있는 생존수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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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광나루 안전체험관 교관들이 '물놀이 생존 체험교실'이 열리고 있다. 수업 도중 교관이 과자봉지를 꺼내자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상언 기자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광나루 안전체험관 교관들이 '물놀이 생존 체험교실'이 열리고 있다. 수업 도중 교관이 과자봉지를 꺼내자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상언 기자

“내가 물에 뜬 나뭇잎이라고 생각하고 쭉 힘을 빼세요.”

생존 수영법 ‘잎새 뜨기’ 교육 체험 #2004년 시작…지난해 104만 명 교육 #“어른보다 어린이들이 습득 빨라” #과자봉지·페트병·돗자리 이용하기도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회관 수영장. 낮 기온은 무려 37도. 서 있기만 해도 텁텁한 공기가 숨을 조여 왔다. 차가워야 할 수영장 물도 미적지근하게 느껴지는 날씨였다.

강한 햇볕 아래에서 “몸의 힘을 빼라”는 교관의 지시는 계속됐다. 몇 번의 실패로 망설여졌지만, 마지못해 물속으로 천천히 누웠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팔을 위로 벌리자 몸이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가라앉을 것 같은 찰나,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눈ㆍ코ㆍ입만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 무중력 상태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물에 빠졌을 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생존 수영인 ‘잎새 뜨기’라는 겁니다.”

이날 기자가 참여한 수업은 서울소방재난본부 광나루 안전체험관 소속 교관들이 지난 6일부터 나흘간 운영한 ‘물놀이 생존 체험교실’이다. 어린이에게 생존 수영ㆍ심폐소생술 등을 가르치는 자리였지만, 학부모와 어른도 참여할 수 있었다.

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광나루 안전체험관 교관들이 생존 수영법인 '잎새 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윤상언 기자

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광나루 안전체험관 교관들이 생존 수영법인 '잎새 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윤상언 기자

생존 수영은 구조대 도착 전까지 물에 최대한 오래 떠 있는 기초적인 수영법이다. 빠른 이동이 목표인 자유형ㆍ평영과는 다르다. 최소한의 체력으로 최대한 그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이 목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영보 광나루 안전체험관 수석교관은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몸집도 작고 체력도 약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힘을 사용하는 생존 수영을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생존 수영으로 목숨을 건진 사례도 있다. 지난 2017년 인천 대청도 앞바다에서 중학생 김모(13)군이 물놀이를 하다 파도에 휩쓸렸다. 그러나 물에 빠진 후에도 침착함을 유지해 생존 수영법으로 바다 위에 20분간 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이 발견해 무사히 구조됐다.

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배우는 초등학생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이 처음 시작된 지난 2014년 6만 명에서 지난해는 104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는 생존 수영 교육 대상을 초등학교 3~6학년에서 2~6학년으로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초등학생 전체에게 가르칠 방침이다.

6일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광나루 안전체험관 교관들이 생존 수영법인 '잎새 뜨기'를 지도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6일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광나루 안전체험관 교관들이 생존 수영법인 '잎새 뜨기'를 지도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이날 진행된 수업은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수업당 정원인 30명은 금세 찼다. 대부분은 10살 남짓한 어린이와 학부모였다. 교관들도 5단계로 이뤄진 교육을 쉬운 언어로 차근차근 진행했다. 준비운동→구명조끼 착용→생존 수영법→간이도구(페트병ㆍ과자봉지)를 이용한 조난자 구조법→심폐소생술 순서였다.

어린이들은 생존 수영법 중 하나인 ‘잎새 뜨기’를 곧잘 따라 했다. 몸에 힘을 빼고 숨을 최대한 들이마셔 폐 속의 공기로 물에 뜨는 방식이다. 체력을 크게 소모하지 않아서 나이가 어려도 비교적 쉽게 터득할 수 있었다.

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열린 '물놀이 생존 체험교실'에서 기자가 직접 구명조끼를 입고 생존 수영을 배우고 있다. 윤상언 기자

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열린 '물놀이 생존 체험교실'에서 기자가 직접 구명조끼를 입고 생존 수영을 배우고 있다. 윤상언 기자

오히려 기자를 포함한 어른들의 습득 속도가 느렸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연습하면 쉬웠지만, 조끼를 벗으면 몸이 연신 가라앉았다. 숨을 쉬기 위해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고 상체를 세웠기 때문이다. 남기훈 광나루 안전체험관 교관은 “몸에 힘을 빼는 과정은 이론으로만 접하면 쉽지만 의외로 연습이 필요하다”면서 “어른보다 어린이들이 이해도가 높고 습득력이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열린 '물놀이 생존 체험교실'에 참여한 어린이가 과자봉지를 끌어안고 수영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6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수영장에서 열린 '물놀이 생존 체험교실'에 참여한 어린이가 과자봉지를 끌어안고 수영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간이도구를 활용한 구조법도 눈길을 끌었다. 쉽게 물에 뜨는 빈 페트병ㆍ과자봉지ㆍ돗자리 등이 구조 도구로 활용됐다. 교관이 과자 봉지를 꺼내자 간식으로 착각한 몇몇 어린이들이 눈을 반짝이기도 했지만, 곧바로 교관을 따라 가슴팍에 봉지를 끌어안고 수영 연습을 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의 만족도는 높았다. 아들 박시현(8)군과 같이 수업에 참여한 이마리아(42·여)씨는 “생존 수영을 가르친다는 현수막을 우연히 보고 참가했다”면서 “평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는데, 교관들도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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