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편향 인사’ 지적 인정하고 수사 공정성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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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여야 정당 대표들에게 취임 인사를 했다. 야당 대표들은 검찰의 ‘편향 인사’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윤 총장은 왜 검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지, 그 우려를 검찰 업무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윤석열 총장에게 “균형 있게 검찰을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검찰”이라며 “그런 점에서 균형 있는 인사가 필요한데 중요한 보직을 너무 특정 영역의 검사들이 맡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좋은 지적을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그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윤 총장에게 검사들의 줄사표를 겨냥해 “정권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람은 중요한 자리에 가고, 정권 쪽 수사를 한 사람은 좌천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에 윤 총장은 “원래도 관례적으로 40~50명이 사표를 내곤 했다”면서 합리적인 인사란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검사들의 줄사표를 이례적인 게 아니라고 본다면 그 자체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검찰 인사에 대한 우려가 1주일이 지나도록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특수부 중심의 ‘윤석열 사단’이 대거 중용되고, 현 정부와 관련된 수사를 했던 검사들은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됐다. 특히 대검찰청의 검사장 자리 7개 중 한 자리(공판송무부장)를 빼곤 모두 특수부 출신이 임명됐다. 또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4명 중 3명이 특수부 검사 출신이다. 대부분 윤 총장이 대검 중앙수사부 등에 있을 때 함께 부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다. 그 결과 형사·공안·기획 출신 검사들의 소외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권력에 손대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우세하다. 검사 60여 명이 사표를 낸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윤 총장은 그제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나 “검찰 법 집행이 경제 살리기에 역행되지 않도록 수사의 양을 줄이되 경제를 살려나가는 데 보탬이 되는 사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핵심 요직에 앉은 특수통 검사들이 ‘한 건 하겠다’며 앞다퉈 인지수사에 나선다면 정치권과 기업들에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은 야당의 지적과 우려를 정치적 비난으로 치부하지 말고, ‘편향 인사’ 우려가 ‘편향 수사’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 총장 자신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공정함’은 수사에서부터 관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