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日 지자체…한국 찾아와 “항공노선 유지해 달라” 요청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한일 간 마찰이 이어진 4일 인천국제공항 한 국내 항공사 카운터가 일본행 항공기 탑승수속시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한일 간 마찰이 이어진 4일 인천국제공항 한 국내 항공사 카운터가 일본행 항공기 탑승수속시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일본 지자체가 부메랑을 맞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일본 지자체 대표단이 한국 저비용항공사(LCC)를 찾아 한·일 항공 노선 유지를 잇달아 요청하고 있다.

‘보이콧 재팬’ 확산에 日 중소도시 간부 파견해 협력사업 제안 #日노선 예약률 최대 50%p 감소…“日노선 감편·대체노선 발굴 주력”

한국 여행객 급감으로 지역경제에 타격이 우려되자 일본 지자체들은 노선 유지 요청과 함께 다양한 협력 사업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공급과잉이던 일본 노선이 여객수요마저 바닥을 칠 분위기가 뚜렷해지자 일본 노선 감축 운항은 물론 노선 철수 카드까지도 검토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본격화한 7월 이후 복수의 일본 지자체가 한국에 대표단을 보내 국내 항공사 임원 등과 접촉하고 돌아갔다.

실장급 고위 간부 등으로 꾸려진 일본 지자체 대표단은 일본 노선에 다수 취항 중인 한국의 저비용항공사(LCC)를 주로 만나 협력을 제안했다.

에어서울에는 지난달 최소 3곳의 일본 지자체 관계자가 각각 방문했다.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시, 돗토리(鳥取)현요나고(米子)시, 도야마(富山)현 등 에어서울의 취항지인 이들 지자체 간부들은 먼저 에어서울의 취항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협력을 더 강화하자고 요청했다.

에어서울은 전체 노선의 60% 이상이 일본 노선이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일본 노선에서 발생한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일본 비중이 가장 크다.

이들은 에어서울이 해당 지역에 취항하는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에어서울은 일본 중소도시를 발굴해 취항하는 전략으로 저렴하면서도 이국적인 새 여행지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일본 중소도시들은 한국 관광객 덕분에 숙박과 요식업 매출이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항공과 숙박 예약률이 급감하자 놀란 일본 지자체들이 한국을 찾아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며 “항공편 운항이 중단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2개 일본 노선을 개설해 현재 19개를 유지하고 있는 제주항공에도 최근까지 일본 지자체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취항 지역 지자체 관계자들은 노선 유지와 증편을, 미취항 지역은 신규 취항을 요청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다른 LCC에도 일본 지자체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일본 지자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는 일본 노선 축소·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일본 노선 탑승률과 예약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집계 기준으로 에어서울의 8월 일본 노선 예약률은 45%, 9월 예약률은 25%에 그친다. 작년보다 각각 30%포인트와 20%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제주항공의 7월 탑승률은 지난해 80% 후반에서 올해 80% 초반으로 감소했다. 예약률은 8월의 경우 80%에서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일본 노선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운항을 축소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지난달 24일부터 무안∼오이타 노선 운항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9월부터 대구∼구마모토, 부산∼사가 등 정기편을 중단한다.

이스타항공도 다음달 부산∼삿포로·오사카 노선 운항을 멈춘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달부터 인천∼후쿠오카·오사카·오키나와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를 290여명이 타는 A330에서 B767(250석)과 A321(174석) 등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공급석을 줄인다.

대한항공 역시 이르면 이달 인천∼삿포로·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노선에 투입하는 기종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항 축소에 나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이달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일본 방문객은 지금보다 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상용 수요가 없고 관광이 전부인 일본 지방 노선에 대한 운항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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