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574억원.'
2017년 한해 국내의 각종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물리적·정신적 피해액을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정한 액수다.
[숫자로 본 도로교통사고 피해] #2017년 114만 건, 4185명 사망, 180만 명 부상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약 4100만원이었다. 도로교통사고 피해액을 여기에 적용하면 무려 근로자 1백만명의 연봉과 맞먹는 수치다.
2017년 도로교통사고는 모두 114만 3175건이 발생해 4185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180만명가량이 다쳤다.
평균 연봉 4100만원, 100만명 분 해당
이로 인한 피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숨지거나 다친 사람의 물리적 손실비용은 약 21조 1797억원으로 추정됐다.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생긴 생산손실과 의료비, 그리고 차량 등 여러 물적 피해를 고려한 액수다.
또 사고로 인한 사상자의 정신적 고통 비용(PGS: Pain, Grief & Suffering)은 약 18조 8777억원으로 계산됐다. PGS 비용은 교통사고 피해자와 가족이 겪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비용을 의미한다.
2017년 도로교통사고 손실액을 그해의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2.3%에 해당한다. 이 같은 도로교통사고 비용은 전년도인 2016년과 비교하면 0.4%가량 줄었다. 2016년도 도로교통사고비용은 약 40조 2233억원이었다.
피해액이 조금이나마 감소한 것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107명과 4만 3600여명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 일본, 영국보다 GDP 비중 커
하지만 GDP 대비 도로교통사고 비용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기준연도가 다르지만 미국은 1.85%(2010년 기준), 일본 1.35%(2009년), 영국 1.86%(2016년 기준) 등으로 우리보다 낮다.
2017년 도로교통사고 비용을 지역별로 따져보면 17개 시·도 가운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였다. 총 27만 8000여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이어 서울(20만 4000여건), 부산( 6만 7800여건) 등의 순이었다.
경기도는 사고피해 총액에서도 약 7조 2000억원으로 1위였다. 서울이 약 4조 800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경남(약 2조 2000억원), 경북 (약 2조원)도 2조원을 넘어섰다.
경기, 사고 건수와 피해액 모두 1위
또 인구 1인당 도로교통사고 비용은 충남이 약 8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약 78만원), 경북(약 76만원) 순이었고 세종이 42만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교통연구원의 심재익 연구위원은 "교통사고는 인적 요인 외에도 차량·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정부가 제시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전체계 구축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학술연구, 예산지원, 제도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추정액은 앞서 도로교통공단이 올해 초 추정한 2017년 교통사고 손실액인 23조 6805억원과는 차이가 크다. 약 16조 3800억원가량이 많다.
이러한 차이는 피해액 추정에서 고려하는 항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사고 당사자가 직접 입은 손실(인적, 물적 피해)에 경찰·119의 사고 긴급구호와 사고조사 비용, 손해배상 대행 기관의 교통사고 처리 비용 등 공공적 지출만 감안해 손실액을 따졌다.
그래서 정신적 고통 비용 등을 포함한 교통연구원의 추정 피해액과 차이가 크게 난다는 설명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