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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농사꾼 된 제이슨 므라즈 “사랑이 모든 문제 해답 되길”

중앙일보

입력

5년 만에 내한공연을 앞두고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제이슨 므라즈.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5년 만에 내한공연을 앞두고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제이슨 므라즈.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미국은 지난 2016년 대선 이후 혼돈(chaos)에 빠졌어요. 거의 모든 집단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죠. 두려움이나 차별을 방관하기보다는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여전히 해답은 사랑에서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러브 이즈 스틸 디 앤서(Love Is Still The Answer)’라는 노래를 만든 이유입니다.”

서울·부산서 5년 만에 내한 공연 #2015년 결혼 이후 사랑꾼 면모 과시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42)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지난해 8월 4년 만에 발매한 6집 ‘노우(Know.)’에 수록된 10곡 모두 사랑 노래인 줄로만 알았건만 거창한 메시지가 숨어있던 셈이다. 2002년 데뷔 이후 ‘아임 유어스(I’m Yours)’ ‘럭키(Lucky)’ 등 꾸준히 사랑과 평화를 노래해온 그의 이력을 떠올려 보면 가히 사랑꾼다운 대답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6집 ‘노우’ 발매 기념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영국 등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이번 공연은 6집 ‘노우’ 발매 기념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영국 등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6집 발매 기념 월드투어 ‘굿 바이브 투어(GOOD VIBES TOUR)’로 24일 서울에 이어 26일 부산을 찾는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로 첫 내한 이후 이번이 여덟 번째. 지난 2012년에는 부산ㆍ남이섬 무대에 서고, 2014년에는 대전ㆍ대구에서 단독 공연을 했을 정도로 국내 팬층이 두껍다.

5년 만에 내한한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한국 관객의 함성과 떼창이 가장 우렁차고 열정적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2012년 방한 당시 기타리스트 정성하와 만난 순간을 회상하며 “내 노래를 나보다 더 잘 연주해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09년과 2012년 첫 투어 장소로 서울을 택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가 최근 내한이 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가장 큰 변화로 결혼을 꼽았다. 2015년 10월 셰프인 크리스티나 카라노와 결혼한 그는 샌디에이고에서 함께 아보카도·커피 등을 경작하는 농부이기도 하다. 그는 “2004년 농장을 매입한 이후 자연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다”며 “결혼 전까지 적자였는데 올해 드디어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제이슨 므라즈 ‘마이트 애즈 웰 댄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결혼식 영상을 활용했다. [사진 유튜브]

제이슨 므라즈 ‘마이트 애즈 웰 댄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결혼식 영상을 활용했다. [사진 유튜브]

아내를 위해 만든 곡 ‘마이트 애즈 웰 댄스(Might As Well Dance)’ 뮤직비디오에는 결혼식 영상과 농장에서 일상 등이 담겨있다. “예산을 최소한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고, 곡의 의미를 담기에도 적합한 방식이었죠. 그런 면에서 저희 집 뒤뜰이 가장 친환경적인 공연 장소라고 생각해요. 에너지 소비도 적고. 실제로 공연도 두 차례 해봤는데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에요.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

그는 “결혼이 사랑 노래를 만드는 데 제약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상대방을 알아가면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2012년 발표한 4집 ‘러브 이즈 어 포 레터 워드(Love Is A Four Letter Word)’를 만드는 동안에도 줄곧 함께였고, 약혼 후 발표한 5집 ‘예스(YES!)’는 프러포즈에 대한 응답 같은 노래들로 가득하다.

샌디에이고 농장에서 수확한 아보카도를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제이슨 므라즈 트위터]

샌디에이고 농장에서 수확한 아보카도를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제이슨 므라즈 트위터]

친환경주의자인 그는 인터뷰 도중 ‘재배(cultivate)’ ‘수확(harvest)’ 같은 농사 용어를 종종 언급했다. “저는 제가 가수로서 해야 할 역할이 노래로 사랑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선가 기쁨과 지혜를 수확했다면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어서 다른 곳에 심고 재배해나가는 거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수록 그 사랑도 더 커지잖아요.”

6집의 첫 단추를 끼우게 도와준 ‘해브 잇 올(Have It All)’이 대표적인 예. 2012년 미얀마 여행 중 들은 인사말 ‘타시 텔레(Tashi delek)’에서 영감을 얻었다. “짧은 두 단어에 당신의 성공과 순조로운 항해를 비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에 감명받았다”며 “이번 방한 기간에도 새로운 한국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귀와 마음을 활짝 열어야겠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질문이 많은 편이었어요. 나는 누군가, 어디로 가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등등. ‘노우’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앨범이에요. 새로운 경험을 하다 보면 새로운 통찰이 생기니까요. 스스로에 대한 사랑도,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사랑도 많은 영감을 줬고요. 관객 여러분들도 제 음악을 들으면서 본인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래하는 저도, 듣는 관객들도 예전보단 나이가 들어서 좀 더 차분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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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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