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4000억원을 들여 새로 만든 미국 엔진공장에서 최신 CVVD(연속 가변밸브 듀레이션) 엔진을 생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요청에 화답한 것으로 현대차는 내년부터 미국 내 자동차 생산비율을 높일 예정이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증설한 새 엔진공장에서 최신 엔진인 CVVD엔진을 하반기부터 생산한다. CVVD엔진은 내연기관의 흡·배기 밸브를 주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개발기간만 4년이 소요된 CVVD엔진은 현대차 스스로 “133년 내연기관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이라고 주장하는 첨단 기술이다. 기존 가변밸브 엔진은 밸브가 열리는 시점이나 양만 제한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지만 CVVD 엔진은 작동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의 여닫는 타이밍을 최적화했다.
배기량 줄이면서도 성능과 연비는 각각 4%, 5% 향상하고 배출가스는 12%나 줄여 배출가스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현대차는 CVVD 기술과 관련해 미국·중국·일본·EU 등에 100여건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이달 초 공개한 신형 엔진의 생산시설을 곧바로 가동하는 건 이례적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시장에서 고전해 온 현대차는 지난해 신형 싼타페·쏘울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늘리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투자 요청에 화답하면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도 담겨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는 68만여대지만, 미국 내 생산은 40만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물류비용 등을 아끼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미국 공장 투자가 완료되면 내년 이후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미국 내 생산 비중은 60% 이상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국내 생산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CVVD엔진은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신형 쏘나타 등에 탑재된다. 국내에서도 하반기 선보이는 쏘나타 터보 모델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에선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며, 한국에선 기아차 화성공장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만든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