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영계 "최저임금 4.2% 깎자"…노동계 1만원 요구 맞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용자 측이 두 차례 연속 불참한 가운데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사용자측의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용자 측이 두 차례 연속 불참한 가운데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사용자측의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계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4.2% 인하한 시급 8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3일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 복귀하면서다. 사용자 위원이 마이너스 인상률을 요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휘청이던 2009년 이듬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에 대해 -5.8%를 제시한 이후 두 번째다.

소상공인은 보이콧 계속…마지막 표결에만 참석할 듯

사용자 위원은 2일 저녁부터 이날 오전까지 최저임금위원회 복귀 여부를 두고 논의한 끝에 심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노동계가 1만원을 요구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사용자 위원, 최저임금위 복귀…소상공인 불참 #마이너스 인상률 제시는 금융위기 이후 사상 두 번째

소상공인 측도 전날 논의에선 이에 동의해 복귀 입장문 작성에 참여했다. 그러나 전날 밤 갑자기 보이콧을 지속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나머지 사용자 위원들이 설득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이에 소상공인 측 사용자 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 7명만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소상공인 측은 심의에는 불참하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마지막 전원회의에는 참석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액 표결에만 참석하겠다는 의미다.

사용자 위원은 지난달 26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업종·규모별 차등적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 퇴장했다. 이후 2일 제7차 전원회의까지 두 차례 보이콧했다.

이들은 복귀 입장문에서 "어려운 중소·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불안한 경제상황을 반영해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 위원들은 또 "최저임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업종·규모별 구분적용을 위한 통계조사 실시 등 토대 마련 ▶최저임금 산정시간 수 문제 해결 방안 강구(주휴수당 산입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3일 전원회의에서 4% 인하 요구안 제시…시급 8016원

사용자 위원은 이날 오후 5시 최저임금위의 제8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다. 현재(시급 8350원)보다 4.2% 인하한 시급 8000원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시급은 9609원이다. 월급으론 167만2000원, 연봉 2006만4000원이다. 노동단체로 구성된 근로자 위원은 2일 시급 1만원(19.8% 인상), 월급 209만원, 연봉 2508만원을 요구했다.

노사가 모두 최초 요구안을 제시함에 따라 이날 전원회의부터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심의가 진행됐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놓고 조율 작업을 벌일 것"이라며 "10일까지는 심의·의결을 마무리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날 전원회의부터 집중 심의로 진행된다. 차수를 바꿔 새벽까지 심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여당 속도조절론에 경제·고용상황 악화…인상 폭 작을 듯

다만 정부·여당에서 속도조절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동결하거나 인상하더라도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포털사이트 등 여론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창구마다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성 갖춘 공익위원의 성향도 급격한 인상과 거리 멀어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들의 성향이 중립적인 점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경제 상황과 고용시장의 변화, 다른 근로 복지 정책과의 조화 등을 면밀하게 따질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점 또한 고율 인상을 주도했던 이전 공익위원과는 차별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5월 30일 첫 전원회의를 마치고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던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