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빠진 최저임금위…노동계 1만원안 제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노동계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다. 사용자 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측 요구안 함께 제출 관례 깨 #올해 8350원보다 19.8% 인상 #경영계 “심각한 상황” 복귀 가닥

최초 요구안은 노사가 함께 제출하는 것이 관례다. 노동단체 인사로 구성된 근로자 위원은 “사용자 위원의 불참으로 심의가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며 ‘2020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출했다. 사용자 위원은 지난달 26일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이 무산되자 집단 퇴장한 뒤 회의를 보이콧 중이다.

근로자 위원이 요구한 1만원은 올해(시급 8350원)보다 19.8% 오른 금액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1만2012원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209만원, 연봉 2508만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근로자 10명 중 4명꼴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최저임금 영향률)이 된다.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 영향률은 2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게 40%대로 치솟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외국은 10%가 채 안 된다. 영향률이 높다는 프랑스와 일본도 10~11% 정도다.

근로자 위원인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오늘 세 가지를 준비했다.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출한다. 또 법이 개정되면서 산입범위가 넓어졌는데, 이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을 위해 가맹수수료 등 경제민주화 제도개선책 마련에 대해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위원이 보이콧을 접고, 경영계 요구안을 추가로 제출하지 않는 한 최저임금위의 심의는 노동계의 최초 요구안을 놓고 진행된다. 노동계가 내놓은 산입범위 확대 철회, 경제민주화 제도 개선책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위원이 요구 중인 차등 적용 또한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 논의는 물건너 간다. 자칫하면 공익위원과 근로자 위원으로 심의·의결이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사용자 위원이 회의를 보이콧하자 공익위원과 근로자 위원만으로 심의를 진행해 전년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결정했다. 한편 사용자 위원은 이날 오전 긴급회동해 최저임금위 복귀를 논의했다. 그러나 소상공인 측의 강경한 입장에 막혔다.

소상공인을 제외한 사용자 위원은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한 뒤 추후 업종·규모별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공익위원도 이에 대해선 지난달 28일 수용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소상공인 측은 “차등해서 적용할 사업체 규모라도 구분하고 가야 추후 차등 적용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다”며 맞섰다. 다만 계속 심의에 불참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3일 집중심의부터는 복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