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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내 저녁 걱정은 하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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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31)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 몇 시에 들어올 건데?
- 저녁밥은 먹고 들어오는 거지?
- 너무 늦는 거는 아니지?

모처럼 동창 모임에 나간다고 현관문 열고 나가려는 마누라에게
절대로 이렇게 꼬치꼬치 묻는 한심한 남편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던 내가
오늘 또 깜빡하고 바보처럼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휙~ 고개를 돌려 흘겨보는 마누라의 매서운 눈초리.
그리고 내뿜는 한 움큼의 한숨과 함께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말 폭탄에 나는 지레 두 손을 내저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적인 상상이었다.
마누라의 저 매서운 눈초리가 너무나 무서웠다.
한마디로 아찔했다.
나는 곧바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한껏 멋으로 치장한 마누라는 현관문을 열면서
거실에 있는 나를 힐끗 쳐다본다.
그 얼굴엔 의외로 걱정스러운 표정이 얼굴 전체를 도배했다.

“당신, 내 걱정 때문에? 염려하지 마. 저녁은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게.
뭐, 끼니 챙겨 먹는 게 한두 번인가?
사모님이나 편히 즐겁게, 즐겁게 놀다 오세요.”

찌그러진 79살 남자 노인의 안면에 어울리지도 않게
방긋방긋 웃는 미소를 덧칠해서 나는 마누라에게 띄웠다.
행복이 뭐 별건가?
내가 이렇게 숨 한번 죽이면 되는 건데.
그러면서 나는 또 벌렁벌렁 뛰는 가슴 속 배알을 꾹꾹 누르며
어울리지 않는 윙크를 마누라에게 던진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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